이례적 정면비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제단은 “4대강 개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정 추기경의 지난 8일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10일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주님의 예언자들은 훗날의 멸망을 내다보고 당장의 회개를 촉구했다”며 “4대강 공사 때문에 빚어진 교회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은 추기경”이라고 비판했다. 지위 체계가 엄격한 가톨릭에서 사제단이 추기경을 공식 비판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제단은 특히 정 추기경이 “주교단이 4대강을 반대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주교회의의 결정을 함부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또 정 추기경이 “4대강은 토목공사 하는 사람들이 다룰 문제지 종교인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한 것과 관련해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들의 견해를 여러 차례 경청했으며, 지난봄 닷새에 걸쳐 총회에서 이 문제를 깊이 검토하고 논의한 끝에 마침내 결론을 주교단 이름으로 내놓았던 것”이라며 “추기경은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했다”고 비난했다.
사제단은 이어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들어야만 하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며 “시중에 나도는 4대강 난개발과 명동성당 ‘불법개발’이 한통속이라는 소문이 자꾸만 솔깃하게 들린다”고 밝혔다. 정부의 명동성당 개발 허가와 정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이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제단은 “고령을 감안하고 막중한 직무를 존중해 추기경에 대한 쓴소리는 삼가고 삼갔다”며 “하지만 최근의 (정 추기경) 언행은 생명과 평화라는 보편 가치에 위배되고 사도좌의 가르침마저 심각하게 거스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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