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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지금, 없는 것’을 좇으니 불행한 게지요

등록 2010-12-08 20:23

“행복은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 감사하다 보면 행복하게 돼”

“한국인 가치관 100년전 수준 자식에 대한 집착부터 버려야”

세 성직자의 ‘삼인동색’ 행복론

이 세상에서 괴롭고 불행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왜일까. 불교 스님과 개신교 목사, 가톨릭 신부가 만나 그 원인을 처방하고 행복의 길을 제시했다.

지난 7일 낮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 양복차림의 송길원(53) 목사와 로만칼라의 황창연(45) 신부, 승복을 입은 용타(68) 스님이 차례로 들어서 반갑게 인사했다. ‘사단법인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 목사는 가정과 가족의 행복을 강조해온 행복전도사다. 강원 평창군 평창읍 도돈리 성필립보생태마을을 설립해 농사를 짓고 환경교육을 하면서 암환자 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온 황 신부도 <평화방송> 등을 통해 ‘행복’에 대한 강의를 해왔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수행승이었던 청화(1924~2003) 스님의 맏상좌인 용타 스님은 30년 전 불교수행과 현대심리학을 접목해 창안한 ‘동사섭’ 프로그램을 경남 함양 지리산자락 ‘행복마을’에서 전하고 있다.

송 목사는 20여년 전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의 치유 프로그램들을 둘러보던 중 동사섭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체험하면서 용타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이날 모임은 가톨릭과 성공회 수녀와 불교 비구니 스님, 원불교 여자교무 등 여성수도자모임인 삼소회처럼 세 종교인이 만나 행복론을 펼쳐보자는 송 목사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삼색종교의 행복전도사들이 입을 떼자 금세 행복의 향연이 펼쳐졌다. 송 목사는 “결혼도 하지 않은 용타 스님과 황 신부님이 남녀와 가정의 행복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칭송한 뒤 먼저 입을 뗐다.

“행복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이다. 행복해서 감사한 게 아니고 감사하다 보니 행복해지는 것이다. 감사가 긍정적인 생각을 일으켜 행복하게 한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기본 기량은 같아도 각자의 마음의 색깔이 메달 색깔을 달리하게 한 게 아닌가. 성경에서도 ‘무릇 마음을 지키라’고 했고, 마음을 지키는 자는 성을 지키는 자보다 낫다고 했다.”

송 목사가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말을 빌려 ‘행복한 사람은 이미 있는 것을 사랑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행과 행복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러자 용타 스님은 “내가 해온 말과 일맥상통한다”며 “세상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선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처럼 현재는 없는 ‘미래의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미 내게 있는 것’이 대단한 줄을 알아야 한다. ‘없는 것’을 추구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는 바탕 위에서 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용타 스님은 “‘있는 것(사람, 돈, 집, 명예, 권력)도 무상해서 변화되고 사라지기에 결국은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인 줄 알면 ‘있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 ‘무한의 세계’에 대해 마음이 열리게 돼 해탈의 자유와 무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황 신부는 “‘하이데거의 무(無)의 형이상학’을 주제로 한 내 석사논문의 핵심을 간파해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공감을 표한 뒤 한국인들이 특히 불행감을 느끼는 원인을 나름대로 진단했다.

“세계에서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100위권 밖이고 자살률이 높은 것은 삶의 가치기준이 100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 한국인들의 평균 연령은 46살이었다. 그때의 가치기준으로는 자식 낳아 교육시키는 게 전부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제 100살까지 사는 시대가 됐어도 여전히 자식에게 모든 것을 퍼붓고 나이 들어선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서 불행해하고 있다. 남은 50년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자식이 아닌 바로 자신이고 부부다. ”

황 신부는 “이제 자식에게 모든 것을 퍼붓기보다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고, 100살에 맞는 가치기준을 가져야 남은 생애를 불행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는 삼색이었지만, 이들의 웃음꽃으로 피어난 색은 ‘행복’이란 한 색깔이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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