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스님·종단 등 대책 마련 분주 2000년 이후 국내 환경운동에서 수경 스님이 차지해온 비중은 독보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강사업, 새만금사업 등 거대 국책사업을 몸으로 막아온 수경 스님은 정부 쪽에서 보면 ‘눈엣가시’였지만, 불교계와 환경단체엔 든든한 기둥이었다.
지난 2000년 동강댐 건설 백지화를 끌어낸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환경운동계에 선방을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온 한 선승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소였다. 그는 문규현 신부 등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지난 2003년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광장까지 새만금 개발 저지를 위한 310㎞의 삼보일배 대장정을 마쳤다.
당시 삼보일배 후유증으로 무릎이 고장나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였지만 그는 다시 2009년에 4대강 운하 저지를 위해 지리산 노고단에서 경기도 임진각까지 400여㎞나 오체투지 순례를 감행했다. 극한의 상태를 감내하는 그의 행동은 세상사람들에게 ‘환경과 내 생명이 둘이 아니다’(자타불이·自他不二)라는 깨달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회현실 문제에 대한 참여의 역사가 짧은 불교계에서 그는 독특한 카리스마로 불교단체들은 물론 깊은 산속 선방의 스님들까지 아우르며 불교계를 생명살림운동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매일 수백명씩 숙식을 하며 함께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4대강 순례 등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불교계 인사들은 말한다. 환경운동계와 불교계가 ‘수경 이후’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그와 함께 환경운동을 펼쳐온 지관 스님, 명호 실장 등 그의 측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불교계의 환경운동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이에 따라 도법 스님, 법륜 스님 등 수경 스님의 지인들은 그의 빈자리를 메울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도 22일 대변인 원담 스님 명의로 낸 성명에서 “수경 스님이 지셨던 짐을 나누어 지겠다”고 밝혔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문수 스님 분향소를 홀로 지키고 있던 지관 스님을 위로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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