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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종교의 본질은 생명수호…죽음의 4대강 막아야”

등록 2010-05-26 21:18

종교인들 ‘아시아의아시아의 눈물-생태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고통’ 토론회

지난 25일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시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종교계는 정쟁의 중심에서 벗어나서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하지만 적어도 종교계에선 여권의 ‘4대강 사업’은 주류가 아니다. ‘장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시종일관 옹호해온 한기총을 제외하고, 모든 종단이 입을 모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성토하고 있다. 왜일까. 종교인들에게 과연 강은 무엇인가.

지난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수도회관에선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신학연대센터 주최로 ‘아시아의 눈물-생태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려 4대강을 얘기했다. 이 토론회에선 일평생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사는 구속주회 소속 칼 가스퍼 수사가 참석했다. 독재와 기업가에 맞서 원주민의 자연을 지키려다 마르코스 시절 옥살이까지 한 가스퍼 수사는 하느님의 선물인 어머니 자연을 보호하는 데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신앙고백을 했다.

또 천성산 관통 터널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한 뒤 오지로 숨어 빈집에서 살며 농사를 짓다가 1년 전부터 낙동강을 지키고 있는 지율 스님이 다 타고 남은 마른 장작 같은 몸으로 실로 오랜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나타냈다. ‘천성산’ 이후 교통편조차 거의 없는 영덕의 오지에서 살며 하루 5000원짜리 손수건 한 장씩을 수놓아 판 월 15만원 정도로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다는 지율 스님은 허공에서 나오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정말 가난은 어떤 것일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가난하다면서 더 개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현대인에게 빈곤은 욕망이 낳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2500년 전 석가모니의 깨달음은 자신이 앉았던 보리수 나무 한 그루와의 깊은 조우를 통해 만물이 연관됐음을 깨달은 것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는 지율 스님은 “지난 1년간 낙동강에서 천성산보다 100배, 1000배나 더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율 스님은 “부처님이 ‘산 생명을 죽이지 마라’는 계율을 첫번째에 놓은 것은 살생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비의 씨앗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기업가, 건설업자가 국가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만년 동안 형성돼온 강이 불과 1, 2년 사이에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선 종교대화시튼연구원 원장 최현민 수녀는 “주교단이 4대강 반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지만 보수적인 풍토에서 찬성 의견도 허용돼야 한다는 신부님의 강론을 들은 적도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이 제시한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정의 실현에서 시작해 모든 사람, 모든 피조물로 확산되는 데 있기에 그분이 이 땅에 오셨다면 갈릴레야 호숫가에서 하신 것처럼 분명 4대강가에서 가르침을 펼쳤을 것”이라며 “오늘날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존재는 바로 무참히 파헤쳐지는 강과 그곳에서 살다가 멸종되어가는 하느님의 피조물인 생명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수녀는 그럼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소극성을 개탄했다. 그는 “선뜻 행동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하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 사유로 인해 생태계의 문제가 너의 문제로 남게 되었다”며 “지방자치 선거에서 생태적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수녀들은 지율 스님에게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지율 스님은 “만약 자식이 피를 흘리고 있을 때 부모라면 먼저 자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다음날인 25일 가스퍼 수사를 비롯한 수녀와 평신도들은 지율 스님의 말대로 경기도 여주 신륵사 주변 여강과 남한강 등 한강 물줄기를 따라 순례했다. 이날 순례를 이끈 아시아신학연대센터 황경훈 실장은 “온 강바닥을 처참하게 파헤치는 포클레인의 굉음 속에서 하느님의 신음을 들으며 수사님과 수녀님들 모두 충격에 빠져 할 말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4대종단 종교인들은 오는 29일 저녁 7시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모여 ‘강의 노래를 들으라’라는 음악회를 열어 강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마음을 합창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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