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미출간 원고 63편이 불교신문사에서 발견됐다. 이 원고들은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의 전신 <대한불교>에서 주필과 논설위원을 지냈던 법정 스님이 1963~77년 게재한 것이다. 이 글들은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책으로는 출간되지 못한다.
1964년에 발표한 ‘부처님전상서’와 이듬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70년에 실린 ‘침묵은 범죄다’, ‘봄한테는 미안하지만’이라는 글을 통해 법정 스님은 불교와 시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65년 ‘우리는 슬프게 하는 것들’ 2편에서 “사문이란 도에 뜻을 둔 구도자이지만 오늘날 이 고장에 살고 있는 사문들의 생태는 우울할 뿐”이라며 “10대와 20대는 학교병에 들고 삼십대는 주지병, 4ㆍ50대는 안일병에 걸려있다”면서 한국불교의 과감한 개혁을 촉구했다.
그가 65년에 쓴 ‘낡은 옷을 벗어라’는 글에선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의 불교가 종교로서의 생명을 잃고 있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그야말로 ‘시대적인 감각’을 상실한 때문”이라며 “아무리 깊고 묘한 부처님의 말씀이라 할지라도 그 전달방법이 시대적인 감각을 띠지 않는다면 현실사회에는 조금도 도움을 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68년 ‘제2경제의 갈 길’이란 글에선 “요즘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을 보면 불합리가 버젓한 상식으로 통하려 한다”며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뼈가 휘도록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급급한데 다른 사람들은 한가롭게 ‘골프’만 쳐도 기름지게 지낼 수 있는 이 모순! 이와 같은 악순환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라고 한탄했다.
법정 스님은 31살때인 63년 발표한 ‘겁쟁이들’이란 글에서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일에 겁내거나 기뻐하는 일이 많다”면서 “재산이나 죽음이나 모든 것은 시기하거나 겁낼 필요 없이 바르게 사물을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이 불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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