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우리는 몇촌인가?” 세례를 앞둔 후보자들이 “부자지간이니까, 일촌”이라고 답하자 신부는 “예수님과 우리는?” 하고 묻는다. 묵묵부답이다. 신부가 말한다. “나보다 먼저 와 아버지를 모신 이를 누구라고 하나요? 예수님은 당연히 우리 형님이시고 언니입니다.”
김인국(58) 신부의 <사람이 좋아, 사람이>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그리스도께서는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셨습니다’(공동번역성서 로마 8,29)를 들어 “천지 만물이 같은 기운을 받고 태어난 형제들이란 사실을 터득한 자에게는 서로 어루만지며 아끼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썼다.
청주교구 소속으로 충주 연수동성당 주임을 맡고 있는 김 신부는 우리나라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위해 헌신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구심점 구실을 해왔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2006~13년 총무, 2015~19년 대표를 지냈다.
그는 “천상천하의 무엇으로도 우상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말씀’이 세상에 오실 때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닌 사람으로 오셨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며 “사람을 보았으면 하느님을 본 것”(요한 14,9)이라고 말한다.
‘5·18’이 얼마 지나지 않은 1982년 1월 광주 대건신학대에 입학시험을 치르러 처음 광주에 갔던 그는 훗날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마치 성경의 인물들을 마주 대하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약성경만 보더라도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들의 얘기로 시작하며, 성경의 아들들도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이라며 지금도 고통받고 아픈 이들이 적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그에게 성경과 삶은 둘이 아니다. 그는 “예수님이 우리 죗값을 대신 치러주셨다는 것을 고마워하는 교리만 암송하고 땅의 현실을 외면하면 예수님을 죽인 죄를 은폐하고 탕감해주고, 우리도 모르게 저들의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김 신부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믿음을 제시한 동학을 언급하며 “동학과 서학의 꿈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동학이 해내려던 일을 우리가 마저 이루면 얼마나 좋겠냐”고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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