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천상병(1930~1993)
시인, 평론가.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 상대 수학.
1949년 중학 5학년 때 동인지 <죽순>에서 시 '공상' 추천.
1952년 《문예》에서 <강물>, 평론 <사실의 한계> 추천으로 등단.
가난과 방황 속에서도 <귀천> <주막에서> <새> 등 좋은 시를 발표,
생전과 타계 후에도 많은 독자를 가졌다.
1971년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행방을 모르게 되자
문우들이 나서 유고시집 『새』를 발간,
시문학사 최초의 생존 시인 유고시집이 되었다.
시집으로 『주막에서』『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천상병은 시인이다』등이 있다.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3/1013/well_201310130095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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