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휴심정지면 `휴심정에서'에 게재된 글*
히말라야 라다크로 간 스님과 신부
폭염 속의 서울 여의도.
영화 <설국열차>
덥습니다. 에어컨 없이 1만원대의 전기료와 수도료로 살아가는 나 같은 촌놈은 이웃집 에어컨과 자동차에서 뿜어대는 열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열 받은 집에서 밤마다 고행 아닌 고행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자기 집안과 사무실의 열기를 밖으로 내뿜지만 도심 어디에도 그 열기를 소화시킬 틈새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땅이 숨쉴 틈도 남겨두지 않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도시는 갑옷을 두른 병사나, 온몸에 화상을 입고 딱지가 앉은 환자처럼 답답한 모습입니다. 저마다 덥다며 화염방사기처럼 밖으로 내뿜는 열기로 ‘서울’이란 공룡이 멸종 전처럼 힘겨워 보입니다.
상영중인 영화 <설국열차>는 인류의 이기적 욕망으로 인해 한계에 이른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권에서 냉각제를 살포했다가 빙하기를 맞게 된 종말적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늘 힘없는 약자들입니다.
그런데 약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설국으로 찾아간 이들이 있습니다. 25년째 히말라야에 사는 청전 스님 일행입니다. 청전 스님은 매년 여름 한달가량 라다크에 갑니다. 티베트 접경지역인 인도령으로, 노르베리 호지가 <오래된 미래>에서 쓴 히말라야의 라다크는 대부분 3000~6000m의 고개들 너머에 마을들이 있어 일년에 6개월 이상은 통행할 수도 없는 동토의 설국입니다.
청전 스님은 언 길이 풀리면 지프에 약품을 가득 싣고 찾아가 오지인들에게 약품과 돋보기, 보청기, 방한복, 방한화 등을 나눠줍니다.
이번엔 서울에서 노숙자들에게 30년 동안 밥을 나눠준 분 등 가톨릭 수사와 신부 두 분이 순례길에 동행했습니다. 신부와 승려가 손을 맞잡고 꽁꽁 얼어붙은 설산을 넘어 따스함을 전합니다.
여섯 차례로 예정된 그 동행기가 인터넷 휴심정에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만 시원해보자고 남에게 내뿜는 열기로 숨 막히는 이 도시에선 극장의 설국열차에서조차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살리는 히말라야에선 힘겨움 속에서도 희망이 보입니다. 그 히말라야에서 선선한 바람이 지금 서울로 불어오고 있습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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