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최강창민과 유노윤호
‘비틀즈 비켜라. 아이돌이 간다’
샤이니가 비틀즈의 탄생지로, 대중음악의 성지인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을 하자 우리 아이돌이 비틀즈가 된 것마냥 국내 팬들은 설렌다. 이제 갓 국내를 벗어나 일본 진출에 나선 해외진출 새내기지만, 지난 10~11일 듀오 <동방신기>와 그룹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샤이니>,
등이 파리에서 유럽팬들의 열광을 받은 직후여서 ‘한류 열풍’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
늘 서양의 팝 가수들을 환호하면서도, 그래도 뭔가 아쉬웠던 자존감, 자긍심을 우리의 아이돌이 마음껏 보상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랄까.
하지만 잘 따지고 보면 대중음악도 수입일변도이기만 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인 비틀즈가 비로소 비틀즈다워진 것은 인도로 명상여행을 다녀온 이후였다. 비틀즈는 음악적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더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돌파구를 인도에서 찾았다. 어쩌면 알렉산더의 동방원정에 의해 그리스문명과 인도문명이 만난 것 만큼 비틀즈의 탄생은 새로운 문명 창조였다.
비틀즈는 인도 명상여행 도중 마하리시 마헤시라는 요기(요가수행자)를 만났다. 내가 인도에서 만난 요기들이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마헤리시 마헤시 요기도 힌수염의 그럴듯한 ‘인상착의’를 지니고 있다. 그는 비틀즈의 스승이란 것 말고도 TM(초월명상)의 보급자로 서구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마하리시 마헤시(가운데) 요기와 비틀즈 멤버들
한 때는 나도 비틀즈 음악을 즐겨 듣던 때가 있어서, 8년 전 인도 여행 중 비틀즈 멤버들이 주로 놀았던 인도 중부의 고아 해변과 히말라야의 요가아쉬람이 즐비한 리시케시에서 비틀즈의 자취를 찾아보기도 했다. 리시케시의 갠지스강 변엔 비틀즈가 머물던 마하리시 마헤시요가아쉬람이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폐허가 되어있었고, 동네 아이들만 숨바꼭질하다가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명성을 얻고, 월가에 부동산을 투자할만큼 부유해진 마하리시 마헤시로부터 ‘버려진 옛집’을 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한 때 1960~70년대 히피운동과 비틀즈로 인해 서구에 불던 ‘인도 바람’이 그냥 바람으로 잠잠해진 것은 요기들의 뿌리 잃은 처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폐가처럼 방치된 인도 리시케시의 마헤리시 마헤시요가센터
어쨋든 ‘인도는 통째로 줘도 세익스피어와 바꾸지 않는다’고 할만큼 콧대 높았던 영국인들은 한 때 영국 런던대학에 유학했던 인도인 ‘마하트마 간디’로 부터 큰 영적인 울림을 느낀 데 이어 비틀즈로 인해 동양에 대한 눈을 더욱 더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가 일본인이어선지, 아니면 식민지를 둔 같은 제국으로서 동류의식 때문인지 그 이후 영국에선 일본 여행 열풍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동양 바람’을 이어갔다.
비틀즈가 동양에서 얻은 영감으로 대중음악의 신기원을 열었다면 요즘 세상에서 단연 주목 받는 대표 CEO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입양아인 잡스가 리드대학을 중퇴하고 장기 여행지로 택한 곳도 인도였다. 그는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고교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단돈 1300달러로 애플을 창업한다.
영국인들인 비틀즈 멤버들과 미국인 잡스가 인도를 여행한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여행과 명상을 통해 그들이 깨달은 정신과 지혜, 그리고 삶의 방식이 주목해야 할 요소다. 잡스는 인도말고도 일본의 선사를 스승으로 삼아 참선에도 심취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그의 성공의 비결엔 명상과 선(禪)에서 얻을 수 있는 여백을 통한 단순과 직관이 꼽히고 있다.
비틀즈는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담고 있는 비폭력 평화와 지혜의 메시지는 지배와 공격, 폭력으로 점철되어온 서구 역사에 대한 통렬한 참회를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조국 영국이 인도에 저지른 폭력처럼 다시는 미국도 동양의 베트남을 그토록 유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1980년 광팬에 의해 살해된 존레논은 전세계 반전운동가들을 결집시킨 <이매진>으로 인해 죽기 직전까지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
‘상상해보세요 천국이 따로 없는 세상을/ 당신이 노력한다면 그건 쉬운 일입니다/ 그러면 지옥도 없을 것이고/우리 위에는 오직 하늘만 있을 뿐/상상해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국경이 없는 세상을/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도 없겠지요 / 종교도 없어지겠지요/상상해보세요 모든 사람이 평화스럽게 사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소유가 없는 세상을 / 당신이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소유가 없다면 탐욕도 굶주림도 없고/사람은 모두 한 형제가 될텐데/상상해보세요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그대는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 모르지만/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겁니다.’
발가벗은 모습으로 오노요코와 찍은 사진으로 반전을 외친 존레논
비틀즈의 <이매진>은 국가권력과 종교의 폭력과 부정의로 물든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도와 일본을 다녀온 비틀즈와 잡스의 아우라가 부러워 우리의 아이돌들도 인도나 일본의 산사로 가야하는 것일까. 2004년 서태지가 ‘인도에서 음악여행을 하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다’며 인도로 떠난 적이 있지만, 정작 우리의 아이돌이 발견해 성숙시켜가야할 것은 ‘K-팝’ 의 고향인 ‘코리아’다.
코리언이 코리아를 가장 모른다는 것이 코리언의 특성이라고도 하지만, 코리아야말로 동서양 문명의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온 땅이다. 이제는 지구의 유물이 될 좌-우익 이데올로기가 지금까지도 결전을 치르고 있는 곳이 코리아다. 전쟁과 독재의 엄동설한에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곳 또한 코리아다. 인도와 중국에선 이미 정수를 잃고 만 불교와 유교의 정신이 문화와 정신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코리아다. 지금은 관광박물관이 된 서구의 성당들과 달리 영성과 묵상의 심층 에너지가 고양된 수많은 성당과 수도원으로 바티칸을 놀라게 하는 곳이 코리아다. 오래동안 봉건에 잠자는 나라를 흔들어 독립과 민주화를 이루게 하고, 시민의식과 봉사의식을 일깨울만큼 전세계에서도 가장 왕성한 에너지를 지닌 개신 교회와 교인들이 있는 곳이 코리아다. 동서양에서 발원한 문명들이 한 자리에서 활짝 개화되어 만난 곳이 한국 말고 지구 어디에 있던가.
그래서 사대주의와 식민주의 사관에 물들어 자긍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에 대해 ‘인도의 성인’ 타고르는 다음 세상에 빛날 나라로 ‘코리아’를 지목했는지 모른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지식은 자유롭고/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우리 아이돌이 노래와 춤과 함께 서방에 가져가야할 것은 그런 ‘코리아’다. 동서양 문명을 핵융합한 알렉산더와 징기스칸는 정복으로 동서문명을 교류하게했다, 비틀즈와 잡스는 동양의 정신을 배워 대중음악과 컴퓨터에서 신기원을 열었다. 우리의 아이돌은 한국정신을 얼마나 실어갈 것인가. 서방으로 간 `메이디 인 코리언' 아이돌이 `다이내믹한 노래와 춤과 복근'만이 아니라 세계의 정신 문명을 반도에 담아내 승화시킨 `다아내믹 정신'까지 함께 가져가 진정한 한류 바람을 일으킬 있을 지가 궁금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