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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법정 스님 무소유 떠난 자리 내분

등록 2011-02-23 12:51

1주기 앞두고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 짐 싸

“가장 어려웠던 건 욕심과 야망, 시기심” 글

1년 전 법정 스님의 법구가 장작불 속에서 한 줌의 재로 타들어가는 순간 상좌(제자)를 대표해 ‘화중생련’(火中生蓮·불속에서 연꽃을 피움)을 외쳤던 덕현 스님이 자신을 욕망과 시기심을 견디지못했다는 식의 글을 남기도 돌연 길상사를 떠났다. 오는 28일(음력 1월26일) 법정 스님 1주기를 1주일 가량 앞둔 시점이다.

 

법정 스님, 맏상좌에겐 “수행에만 매진” 유언

 

덕현 스님은 일요일인 지난 20일 짐을 챙겨 길상사를 떠나면서 홈페이지에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을 올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인연을 따라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인생들”이라면서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먼저 “현대의 도심생활에 쫓기고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활로를 열어 주어야 할 큰 절의 주지 소임을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 순수한 희망으로 배움과 수행의 길을 같이하려 했던 많은 어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프다”면서 사죄의 변으로 시작했다. 그는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 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90년 법정 스님의 7명의 상좌 가운데 4번째로 출가해 주로 선방에서 수행하던 그가 갑자기 서울로 불려와 길상사 주지를 맡은 것은 법정 스님이 암으로 와병중이던 지난 2009년 3월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길상사 주지를 맡아 길상사를 반석에 올려놓은 맏상좌 덕조 스님이 갑자기 주지직을 그만두면서 길상사 주위에선 법정 스님과 덕조 스님의 불화설이 터져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법정 스님이 상좌들에게 남긴 유언 가운데 ‘맞상좌 덕조 스님’ 대목은 ‘자중'을 강조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유언에서 ‘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썼다.

 

덕조 스님 “어른 스님이 세 번을 만류 했지만 자진사퇴”

 

(사)‘맑고향기롭게’도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덕현 스님을 2대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덕현 스님은 법정 스님 앞으로 보시된 길상사를 스승의 본찰인 순천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함으로서 길상사에 개인 절이 아니라 공찰(公刹)임을 못박았다. 하지만 길상사 신도들과 또 (사)맑고향기롭게 이사들과 감사에 의해 시달렸다는 내용이 덕현 스님의 고별 글에 포함돼 있다. 덕현 스님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그리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고충과 충심을 헤아리지 않고 그 결정과 처신을 무분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들이었다”며 “나는 ‘맑고 향기롭게’의 몇몇 임원들이나 길상사나 ‘맑고 향기롭게’ 안팎에서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이 무상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자각을 이룰 것이다”고 썼다. 덕현 스님은 이미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장직에서도 사퇴할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사)맑기향기롭게쪽에선 산에서 수행만 해 세속사를 모르는 덕현 스님이 너무 독선적으로 맑고향기롭게를 운영해 오랫동안 법정 스님을 모셨던 이사진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오해를 받고 있는 덕조 스님은 “어른(법정) 스님께서 (길상사) 불사 부분을 지적해 제가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하면 주지 못한다’며 주지직을 사퇴할 당시 어른 스님이 세 번을 만류를 했지만 자진사퇴했다”면서 “길상사를 욕심을 내거나 주지직에 연연한 적이 없이 어른 스님이 열반한 뒤 불일암과 선방에서 정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길상사 홈페이지 게시판엔 법정 스님의 1주기도 안돼 정작 그의 주위에서 길상사라는 도심 거찰과 ‘맑고 향기롭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놓고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이며 끝없는 인간들 간의 싸움의 원인과 고통이 소유욕 때문이라며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고 열반해서도 관도 덮지 않은 채 그대로 태우고 자신의 책마저 더 이상 팔지 말라고 유언하고 떠났던 법정 스님의 1주기 추모법회가 오는 28일 오전 11시 길상사 극락전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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