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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한국인들 너무 성급…균형 필요해”

등록 2009-08-26 11:49

티베트 고승 아자 린포체 내한

지난 24일 티베트 고승 아자 린포체(59)를 만났다. 린포체는 티베트어로 환생자라는 뜻이다. 몽골인이 많이 거주하는 티베트 칭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환생자로 인정 받은 뒤 수행에 들어가 티베트의 6대 사찰 중 하나인 쿰붐사원 주지를 지냈다. 1998년 미국으로 망명해 인디애나 블룸버그의 티베트문화센터 소장으로 있는 그는 생애 두번째로 조상들의 땅인 몽골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방한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을 예방했다.

그의 전생자인 아자 린포체는 ‘티베트불교의 초조’격인 총카파의 부친으로, 판첸 라마의 스승이기도 하다. 판첸 라마는 현재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장성할 때까지 티베트를 다스릴 만큼 달라이 라마와 함께 티베트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1959년 티베트를 침공해 티베트를 지배하고 있는 중국정부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판첸 라마의 환생자로 인정받은 다섯살 소년 겐둔 최키 니마를 베이징으로 납치해가버렸다. 중국 정부는 대신 중국공산당원의 아들인 걀첸노부라는 소년을 ‘판첸라마의 환생자’로 내세우고 있다.

아자 린포체는 중국 정부가 걀첸노부의 스승이 되라며 압력을 행사하자 이를 거부하고 몰래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전임 판첸 라마와 생전에 깊은 교분을 쌓으며 너무도 잘 알던 사이였기에 그가 환생자로 믿지도 않는 다른 사람을 판첸 라마로 키울 수는 없었다.

그는 제10대 판첸 라마가 지난 1989년 54살로 열반할 때까지 가까이서 그를 지켜봤다. 아자 린포체는 “10대 판첸 라마는 중국 정부의 총칼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담대했다”면서 “1987년 라사의 조캉사원에서 중국경찰이 티베트 승려들을 향해 발포해놓고도 실상을 감춘 채 거짓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자 책임 공무원을 두 팔로 번쩍 들어올리던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 판첸 라마가 열반한 뒤 새로 태어난 티베트의 아이들 가운데 판첸 라마의 환생자를 찾는 조사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세계 최연소 정치범으로 사라져, 살아있다면 스무살 청년이 됐을 판첸 라마에 대해 “생사 여부마저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자 린포체는 미국 망명 이후 ‘사후 세계’에 대해 남다른 통찰을 제공하는 티베트불교를 서구에서 널리 알리며 타종교와의 대화에도 참여해왔다. 그는 잇따라 세상을 떠난 한국의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에 사실상 불교 신자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로 종교가 다른데, 서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김 전 대통령이 노 전대통령을 만나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왜 자살을 했느냐’고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한국인들에 대해 “티베트인들이 지나치게 무사태평인데 반해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성급한 것 같다”면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적인 평화는 내적인 평화에서 오는 것”이라면서 “내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족’(知足·족함을 아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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