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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중생이 원하는 진짜 부처의 모습은

등록 2015-05-24 21:25

중생은 내 곁에 함께하는 부처를 원한다

지난 15일 세계간화선무차대회가 열린 광화문.  사진 김봉규 기자.

25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교계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대법회를 열었다.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란 대회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 법회의 핵심은 간화선이라는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세계에 알린다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였다. 지난해 8월 가톨릭 시복식에 이어 불교마저 종단 내적인 행사를 광화문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오는 8월엔 개신교도 광화문에서 더 큰 인원을 동원한 행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광화문이 주요 종교의 세 과시장이 된 셈이다.

전국민의 상징적 장소가 교통마저 통제된 채 공공 행사가 아닌 종단 행사의 독차지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의 욕심과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권의 입맛이 맞아떨어져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번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톨릭의 아시아청년대회에 8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 법회에도 9억을 지원했다. 불교계는 광화문 행사를 위해 32억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비용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방장으로 있는 대구 동화사 말사들에 전가됐다. 이 법회를 추진한 진제 스님의 원맨쇼 같은 행사에 수십만의 인력이 동원됐지만, 국민적 공감을 불러올 메시지도, 간화선의 장점도 전하지 못했다.

2012년 승려 도박 파문 뒤 조계종이 펼쳐온 자성과 쇄신운동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전통에만 얽매여 근대화·현대화하지 못한 종단을 개혁하려던 종단이 다시 구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조계종은 지난해 법인법을 제정해 딴살림을 하던 대각회 등의 종단 등록을 이끌어내는 등 개혁을 시작했다. 법인법 제정은 사찰의 소유권을 종단으로 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부로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처였다. 조계종이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의견을 모아 예산 30억원 이상 사찰에 대한 재정공개를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도 종단 신뢰성 회복을 위한 진일보다. 종단 차원에서 세월호 유족과 노동자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종립대학인 동국대 총장에 논문표절 의혹을 산 보광 스님을 앉히면서 자승 총무원장이 다시 자성과 쇄신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안아주지 못하는 정권과 불통정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 같은 불교의 역할이 절실하다. 따라서 법상에 앉아 군림하는 부처보다 내 곁에 내려와 눈물을 닦아주는 부처가 그리운 시대다. 이런 동체대비심이 실천되어야 2559년(불기) 전이 아닌 바로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 되는 것이다.

조현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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