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 반대 기자회견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충북 음성 꽃동네 전경
20일 서울 교황청대사관 앞에선 가톨릭 작은예수회 총원장 박성구 신부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교황님! 한국판 마피아 꽃동네 방문은 안됩니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가톨릭에서 같은 종단시설을 비판하거나 교황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도마에 오른 사람은 오웅진 신부였다. 행려병자와 장애인을 돌보는 꽃동네를 1976년 충북 음성에 설립한 그는 막사이사이상까지 받았다. 또 꽃동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교구 안에 분원을 유치하고 싶어했고, 8월 방한 때 방문하기로 예정된 곳이다.
오 신부는 ‘빈자의 아버지’라는 햇살만큼이나 그늘도 짙다. 99년 이후 비리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돼 수사를 받았다. 오 신부 쪽은 음성 꽃동네 인근에서 광산 개발의 채굴을 막자 앙심을 품은 사업자들이 고발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말한다.
비리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음성뿐 아니라 가평과 강화도에도 분원을 둔 꽃동네가 마피아로 불릴 만큼 지자체 예산을 독식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음성군은 전체 복지예산 967억원 가운데 256억원을 꽃동네 한곳에 쏟아붓고 있다. 가평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평에서 사회복지시설 요셉의 집을 운영하는 박 신부도 꽃동네가 가평군 복지예산을 독식하는 바람에 다른 21개 소규모 시설이 한푼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박 신부는 지금까지 지자체와 정부에 수차례 진정을 했으나 관피아들이 오 신부만을 비호하며 오히려 시설 폐쇄 명령 같은 보복을 했다고 하소연한다. 더구나 꽃동네를 관할하는 청주교구장을 지내고 모친 묘소를 꽃동네에 모신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염수정 추기경까지 꽃동네를 감싸고돌자, 박 신부는 로마로 직접 가 진실을 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굳이 꽃동네를 방문해야 하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 바티칸 내 부패 척결 의지까지 천명한 마당에 논란의 장소에 가는 것은 자칫 교황의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다. 방한 기간은 3박4일로 매우 짧다. 청와대 방문 외는 시복식 집전과 가톨릭아시아청년대회 등 가톨릭 행사뿐이다.
고통받는 약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온 교황이 무엇보다 한국에서 찾아야 할 이는 큰 고통에 휩싸인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었으면 좋겠다. 비무장지대나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사랑과 화해의 사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