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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당신을 만난건 축복입니다

등록 2013-11-05 17:49

별종 독종 멸종 인간, 청전 스님

히말라야에서 26년 수행과 봉사 중인 청전 스님.  사진 전제우

 26년째 히말라야 달라이 라마 곁에서 수행 중인 청전 스님을 처음 만난 건 다람살라의 한 골방이었습니다. 비쩍 말라 간디를 연상시키는 몸매, 일부러 꾸미는 허언 같은 건 설산에 묻어버린 채 할 말만 하는 매서움. 군살도 군말도 없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별종이란 인상이었습니다.

 저도 별종이라고 피하기보다는 탐험해보는 혈기가 살아 있던 때였지요. 오지인들에게 의약품을 전해주려 떠나는 지프차의 짐칸을 얻어타고 동행했지요. 바람 한번 불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지붕도 없는 짐칸에 저를 싣고 씽씽 달리는 그를 보곤 이제 보니 별종이 아니라 독종이라고 이를 갈면서요.

 천여년 전 전생부터 지금까지 여성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총각이라니 이만저만한 독종은 아닐 것입니다. 그 까다롭던 법정 스님이 간혹 귀국하는 그에게만은 길상사 자신의 방을 내어준 것을 보면 유유상종이었는지 동병상련이었는지!

 그는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를 다니다가 불교에 출가했지요. 10여년 전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에 갔을 때 박현동 블라시오 신부(현재 수도원장)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그가 로마 유학 시절 여행 온 청전 스님에게 그랬답니다.

 “신부가 되려다 신부도 못 되고, 신랑도 못 되신 분 아닙니까?”

 공지영 작가가 신작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주인공 정요한으로 점찍었던 블라시오 신부의 그 전언에 스님은 ‘로마까지 알려진 머저리가 됐다’며 제게 보복을 경고했습니다. 그가 두달 예정으로 귀국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마다 방송사의 특집 제작 요청에 한번도 응하지 않을 만큼 까탈스럽기만 한 청전 스님이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란 신간도 냈습니다. 히말라야의 맑은 영혼들이 전하는 축복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아져 지겨워지는 세상에, 별종 독종 멸종류의 인간도 있다는 것이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라다크 순례중인 청전 스님(왼쪽).   사진  조현

라다크 오지인들에게 증상에 따라 약을 건네주는 청전 스님.  사진 조현

해발 5700미터 세계 최고의 고갯길인 라다크 싱고라를 오르는 청전 스님.   사진 조현

라다크 싱고라 위 해발 5700미터 하늘호수를 지나는 청전 스님.   사진 조현

고드름을 들고 필자를 향해 장난을 치는 청전 스님.

히말라야 라다크 칸둥라에서  청전 스님과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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