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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땀이 주는 축복

등록 2013-10-23 17:31

 

환희당 잔치  사진 조현

환희당 서예 잔치

저는 가끔 제 식으로 밥상을 차려 대접하는 걸 좋아합니다. 한때는 거기에 너무 심취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여서 지금은 많이 삼가고 있지만요.

제가 음식 몇가지 정도는 최소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10여년 전 신문사를 1년 쉬고 인도를 여행할 때였습니다. 히말라야 오지 산간에서 유럽 젊은이들이 자기 고향 음식을 하나씩 요리해 가져와 자기 고향의 악기를 연주하며 즐기는 자리에 몇번 함께한 때였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뭐 하느라고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리 하나 제대로 만들 줄 모르고, 즐길 악기 하나 배우지 못했지! 무안스러운 파티였습니다. 그 뒤 귀국해 한때는 쉬는 날마다 텃밭을 가꾸고, 요리를 만들고,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고, 서예를 했지요. 

  그런데 그것들이 그 자체로도 대단한 즐거움을 주지만, 삶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데도, 글 쓰는 제 본업에도 도움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뭔가에 열중해 땀을 흘리다 보면, 책상 위에 앉아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을 때는 전혀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햇살처럼 반짝일 때가 있습니다.

 마음과 정신만 추구한다고 마음공부가 되는 것도 정신력의 고수가 된다고 볼 수도 없는 듯합니다. 싯다르타는 외삼촌을 스승으로 무예를 익혔고, 공자, 소크라테스, 플라톤은 한때는 무사이거나 장군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목수였습니다.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이들은 왼손, 오른손을 고루 쓰듯 육신과 영혼 어느 한쪽도 천시하지 않고 둘을 조화롭게 가꾸었습니다.

 지나치게 머리만 쓰고 몸을 안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시대입니다. 불면증과 정신적인 병 등 많은 것들이 영육의 부조화에서 비롯됩니다. 잠 잘 오고, 다이어트까지 되는 것만이 육체노동의 장점은 아닙니다. 

 이번 주말은 텃밭과 마당을 돌보느라 이틀 내내 땀깨나 흘렸습니다. 그 후에 한잔하는 막걸리 맛을 얼마나 돋우어주던지요. “아니, 누가 내 술에 물 탄 거야.”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텃밭 일구는 사람. 사진 이승준 기자.

텃밭 가꾸는 사람들.  사진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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