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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제 눈의 안경, 제 눈의 관상

등록 2013-10-09 22:58

제 눈의 안경, 제 눈의 관상

 

영화 <관상>이 화제이니, 가끔은 저도 ‘관상을 좀 보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는 바 없습니다’(무지·無知).

*영화 <관상>   얼마 전 관상만화 <꼴>을 감수했다는 관상가가 한 인터뷰에서 여권 인사들에겐 후하고 야권 인사들에겐 박한 ‘여후야박’의 관상평을 했더군요. 승리자에게 립서비스를 하며 꼴값을 해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관(觀·봄)해야 할 것은 ‘남의 꼴’이 아니라 ‘자기 마음꼴’(심상·心相)입니다. 나는 어떤 (돈이 많거나 권력이 높은) 사람을 보면 꼬리를 치고, 어떤 (나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것 같은) 사람은 꼴 보기도 싫어하는가. ‘제 눈에 안경’이어서 같은 인물, 같은 세상도 이렇게 달리 보이니 말입니다.

*영화 <관상>   그 관상가는 관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살아있는 것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요. 보이는 대상이나 보는 마음까지도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등장한 예수와 반역자 가롯 유다는 같은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을 구할 상을 찾아 예수로 그린 6년 뒤 천하에 못된 악인상을 찾아 그렸는데, 동일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화가조차 겉모습에 깜박 속고 만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한겨레 esc에서   <장자>에 나오는 애태타나 소크라테스는 괴물처럼 못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면목을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육안만이 아니라 천안(天眼·하늘의 눈), 혜안(慧眼·지혜의 눈), 법안(法眼·진리의 눈), 불안(佛眼·깨달은 자의 눈)이 있다고 합니다. 눈이라고 같은 눈이 아닌 셈입니다.

<금강경>에선 제상비상(諸相非相)이면 즉견여래(卽見如來)라고 합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 때 불성(佛性·붓다의 성품)과 천성(天性·하나님의 성품)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귀(貴)하고 천(賤)한 것은 돈이나 권력도 아닌, 그 마음씀과 행동거지에 따른 것인데 어찌 생김새 하나로 귀천을 논할 것입니까. 모양이란 늘 변하니(무상·無相), 천인에게서도 귀한 성품이, 귀인에게서도 천한 모습이 보입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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