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가족 치유모임
속초 호수가를 산책하는 가족들
양양 낙산사 숲길을 오르는 가족들
사촌들끼리 힘을 모아 내설악 백담사 계곡에서 돌탑을 쌓고 있는 가족들
백담사 계곡에서 돌탑을 쌓은 뒤 포즈
설악산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강릉 오죽헌에서 손주 증손주들과 함께 한 노모
올 추석에 설악산 아래 콘도에서 85살 노모의 아들·딸·며느리·사위·손주·손주사위·증손주까지 24명이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명절에 대가족이 고향을 떠나 몇 차례 여행을 해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낮에 관광을 하고 숙소에 돌아온 밤엔 아이들은 일년에 두세번 만나는 사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제각각 핸드폰을 틀어잡고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일정을 마칠 때쯤 삼촌·고모들이 용돈 몇 푼의 당근을 쥐여주는데도,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 놀 기회를 박탈하는 부모와 친척들을 원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첫날 저녁을 물리자마자 ‘수건돌리기 대형’으로 온 가족이 둘러앉았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평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말 한번 하지 못하는데 그 자리에서 평소 못한 말을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첫번째 대상은 가장 어린 두살 아이. 그를 대상으로 온 가족이 칭찬 퍼레이드를 펼치고, 다음은 세살….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만 갖고 내뱉지 못한 말을 꺼내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대화 모임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가족들은 처음엔 어색해서 제대로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말문이 열려 두 누나는 오래 묵은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다음날 한 누나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밝은 모습을 보여 가족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여름휴가 때 바닷가에서 혼자서만 물에 발도 안 담근 채 핸드폰만 들여다봐 분위기를 싸늘하게 했던 대학 1학년생 조카는 그날 밤 사촌 동생 6명을 데리고 가서 포켓볼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어떤 친구들보다 사촌끼리 친해진 아이들은 마지막날 밤엔 자기들끼리 영화까지 보고 돌아왔습니다. 두시간 동안의 대가족 힐링캠프에서 어색함을 딛고 시도해본 고백과 칭찬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렇게 춤추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속초 청랑호에서 사촌들끼리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가족 여행을 끝내고 헤어지면서 작별키스를 나누는 아기들. 6촌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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