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마음산책

추석 가족 여행에서 대화 후 무슨일이

등록 2013-09-25 09:08

추석 대가족 치유모임

속초 호수가를 산책하는 가족들

양양 낙산사 숲길을 오르는 가족들

사촌들끼리 힘을 모아 내설악 백담사 계곡에서 돌탑을 쌓고 있는 가족들

백담사 계곡에서 돌탑을 쌓은 뒤 포즈

설악산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강릉 오죽헌에서 손주 증손주들과 함께 한 노모

올 추석에 설악산 아래 콘도에서 85살 노모의 아들·딸·며느리·사위·손주·손주사위·증손주까지 24명이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명절에 대가족이 고향을 떠나 몇 차례 여행을 해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낮에 관광을 하고 숙소에 돌아온 밤엔 아이들은 일년에 두세번 만나는 사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제각각 핸드폰을 틀어잡고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일정을 마칠 때쯤 삼촌·고모들이 용돈 몇 푼의 당근을 쥐여주는데도,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 놀 기회를 박탈하는 부모와 친척들을 원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첫날 저녁을 물리자마자 ‘수건돌리기 대형’으로 온 가족이 둘러앉았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평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말 한번 하지 못하는데 그 자리에서 평소 못한 말을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첫번째 대상은 가장 어린 두살 아이. 그를 대상으로 온 가족이 칭찬 퍼레이드를 펼치고, 다음은 세살….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만 갖고 내뱉지 못한 말을 꺼내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대화 모임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가족들은 처음엔 어색해서 제대로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말문이 열려 두 누나는 오래 묵은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다음날 한 누나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밝은 모습을 보여 가족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여름휴가 때 바닷가에서 혼자서만 물에 발도 안 담근 채 핸드폰만 들여다봐 분위기를 싸늘하게 했던 대학 1학년생 조카는 그날 밤 사촌 동생 6명을 데리고 가서 포켓볼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어떤 친구들보다 사촌끼리 친해진 아이들은 마지막날 밤엔 자기들끼리 영화까지 보고 돌아왔습니다. 두시간 동안의 대가족 힐링캠프에서 어색함을 딛고 시도해본 고백과 칭찬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렇게 춤추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속초 청랑호에서 사촌들끼리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가족 여행을 끝내고 헤어지면서 작별키스를 나누는 아기들. 6촌간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1.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2.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3.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4.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5.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