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위한 1일1식과 단식이 실패하는 까닭은
3월30일 밤 8시 <한국방송> 텔레비전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소식, 한끼가 답일까’라는 제목으로 요즘 ‘1일1식’ 열풍을 다뤘다.1일1식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 문제점을 없는 지 추적한 프로그램이다. 일본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58)의 <1일1식>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1일1식 바람이 일었다.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1일1식도 한국인의 ‘고질병’인 따라하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이 장에 간다면 앞 뒤 살피지않고 무조건 따라하는 병의 일종이다. <1일1식>의 저자가 반드시 하루 1식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도 나지 않는데, 시간에 맞춰 의무적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손목시계가 아닌 배꼽시계에 맞춰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한끼든 두끼든 세끼든 네끼든.
특히 저자가 1일1식을 하는 것은 살을 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한 것이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졸음이 쏟아지는 상태에서 중요한 수술을 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1일1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일1식을 선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다이어트 때문이다. 목적부터 저자의 1일1식과 다른 것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1일1식을 따라하는 이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온종일 배고픔을 참고 견디다가 저녁이 되면 폭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1일1식은 죽도록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다이어트도 되지않을 뿐 아니라 건강도 나빠지는 3중4중의 폐해를 낳았다.
*유영모 선생
1일1식의 원조는 나구모 요시노리가 아니라 실은 우리나라 영성가 유영모(1890~1981) 선생이다. 함석헌 선생의 스승으로서 근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사상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유영모가 1일1식을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영적 추구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게 1일1식이었다. 지난해 12월 93세로 별세한 김흥호 목사도 유영모의 제자인데, 스승을 따라 평생 1일1식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있다. 서른살을 넘길 수 없다고 할만큼 병약했는데 1일1식을 해서 무병장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영모 선생이 1일1식을 한 것은 건강을 위한 때문만이 아니다. 유영모는 160센터미터 단구의 몸으로 서울 구기동에서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며 전깃불도 없이 살았다. 그는 쉰 두살이 되자 간디처럼 해혼(부인과 혼인관계를 끊고 부부간 성관계를 그만 둠)을 선언했다. 그는 늘 무릎을 꿇고 앉았으며, 잠도 널빤지에 자며 고행한 인물이다. 그러나 유영모를 직접 가까이서 모신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그는 하루 한끼만 먹긴 했지만, 남들이 세끼를 먹는 양보다 오히려 많은 양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니 1일1식을 했지만 소식을 한 것은 아니다. 또 그는 말년에 치매에 걸렸다.
존경할만한 영성가가 드문 한국 개신교에서 그야말로 손꼽히는 사상가의 폄훼하기 위해 이런 사실을 발설하는 것이 아니다. 석가도 자주 병을 앓았고, 예수도 십자가에 못박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육신을 가지고 있는한 어느 누구도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치유와 치병의 기적을 행한다며 일세를 풍미했던 사이비 교주들과 종교인들도 병과 죽음을 피해간 이는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병이나 죽음과 같은 자연의 흐름을 놓고 인물에 대한 평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1일1식을 하더라도 이렇듯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먹는 양도 다르다. 그들이 또 모든 사람들에게 1일1식을 권유한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데 하나의 패턴을 고집한다는 건 가당치않은 일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낫게하는 것은 자연이다”고 했다. 약을 주고 칼로 째서 인위적으로 병을 극복하려는 서양의학의 원조조차 약이나 수술보다 자연이야말로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내 개인적인 체험도 다이어트든 영적 수도건 자연을 거스른 채 작위적인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일시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가도 원점으로 회귀되고만다. 의식이 바뀌지않은 채 육신만 혹사시킨 결과다. 나도 20년 전부터 매년 단식을 했다. 그런데 첫 단식 때 기억이 생생하다. 1주일 단식을 계획했는데, 이틀이 못 가서 밥통째 끌어안고, 이틀 못 먹은 밥까지 한꺼번에 먹은 것이다. 그 때까지만도 내 의식엔 ‘사람은 밥을 안먹어 속이 비면 힘이 없어지고, 쓰러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악을 쓰며 의지로 버텨보려했지만, 몇끼를 굶자 현기증이 나고 곧 죽을 것만 같은 생각에 결국 밥통을 끌어안고 아귀처럼 밥을 몰아넣은 것이다.
그 이후 서적과 경험자를 통해 단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듣고 이해했다. 우리 몸 속엔 많은 지방이 비축되어 있어서 1주일 정도는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상식을 알고 이를 충분히 이해한 것이다.(이 경우도 체질상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의식이 이를 받아들이고 난 이후 단식을 하니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몇끼 굶는다고 쓰러지거나 죽을 수 있다는 식의 망상이 없었기에 견뎌내는 것이 좀 더 쉬웠던 것이다.
따라서 단식이나 1일1식을 한다면 내면의 무의식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자신의 자아를 설득하고 달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셈이다. 그렇지않고 억지로 육신을 혹사하려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압축한 공기는 언제가는 분출하게 돼있다. 내면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인내만을 강요한다면 분노는 곧 표출되고 만다. 곧 밥통째 끌어안고 먹어서 단식이나 1일1식을 아니한만 못한 상황을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단식이나 1일1식보다는 폭식하고, 패스트푸드, 과자, 청량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존귀한 자신을 얼마나 홀대하는 것인지, 건강과 몸매를 얼마나 해치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무의식을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무의식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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