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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한-몽 가톨릭청년들 두나라 한형제

등록 2012-08-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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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 청년들, 몽골 초원에 가다 |  |  |  |  |  |  |  |  |  |  |  |  |  |  |  |  |  |  |  |  |  |  |  |            1.게르에서 유목민과 함께 보낸 1박2일     2.몽골의 아이돌, 두나라 한 형제     3.전설로 사라질 유목민을 살릴 한국 가톨릭 선교사들의 푸른꿈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 내부 건물과 마당, 게르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에서 일하는 한-몽골 청년들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한-몽 청년들

한-몽 여자들이 함께 잔 교실 모습

미사와 테제기도회가 끝난 뒤에서 새벽까지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준비상황 회의를 맞춘뒤 곤히 잠든 스텝들

점심시간 몽골음식 배식

몽골 씨름을 하는 한-몽골 청년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종못드시 외곽 초원에 있는 유목민센터. 한국에서 60~70년대 시골에서 사용했을법한 폐교터다. 게르 두동이 서 있는 녹색 운동장에선 소들이 들어와 풀을 뜯어먹고 있다.

낡아 얼룩진 학교 건물 벽에 남녀 청년 대여섯명이 뭔가를 그리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페인트를 준비해주면 몽고의 미대생 티미르가 벽에 색칠을 한다. 그의 손끝에서 초원 위 소들의 평화가 탄생한다.

 건물 맞은편 우물가에선 20여명이 흙바닥에 시멘트를 바르고 있다. 물이 귀하디귀한 이 우물은 마을 사람들뿐아니라 소들도 들어와 목을 축이는 생명수다. 그래서 우물가 주위는 소들이 싸놓은 똥이 지천이다. 더구나 최근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똥 진흙밭이 되어 넘어지기라도 하면 똥밭에 구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명수 주위 30평 가량을 시멘트를 발라 말끔히 정돈하는 작업에 청년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한국 청년들은  오전 오후 3시간씩 하는 노동이 쉽지않다.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다가 머리에 소똥이 튀고, 넘어저 손바닥에 질퍼덕한 감각을 느껴질 때 지르는 비명소리가 간헐적으로 터진다.

 더구나 남녀로 나눠 말도 통하지않는 몽골인들과 교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폐교터의 푸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지하수를 퍼낸 호스 하나에 수십명이 식사준비와 설거지, 세면까지 해야하는 불편에 적응하느라 끙끙 댔다.  

 한국 청년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모집한 청년들로 남성 2명, 여성 12명. 대학교 1~2학년도 있지만, 4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반면 한국인 김성현 신부와 허웅 신부 등이 이끄는 울란바토르 항올성당 신자인 몽골 청년들은 대부분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게르 안에서 미사

몽골전통 민속춤을 보는 참가자들

아침체조를 하루를 시작하는 참가자들

우물가를 단장하는 작업중인 참가자들

우물가를 단장하는 작업중인 참가자들

미사 뒤 게르안에서 테제기도회를 하는 참가자들

 한-몽 청년들은 한데 섞여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교실에서 함께 자고 생활했다. 서로 말도 통하지않고, 연령차도 있어서 처음엔 한방에 있으면서도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몽골인은 몽골인끼리만 어울렸다.

 특히 남자방엔 한국 청년 병역을 마친 이정석(23)씨와 대학 1년생인 김태현(20)씨 둘밖에 없어서, 자칫 둘이만 어울리는 신세가 될 수 있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몽골인들과 어울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태현이와 우리끼리는 가급적 어울리지말고 의도적으로 몽골 아이들과 어울리기로 했다.

 아이돌 가수 또래의 몽골 아이들은 한국인 가수들의 노래도 곧잘 불렀다. 춤도 잘추고 명랑했다. 장난도 잘 걸고, 스킨쉽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런데 한국 청년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느꼈다.

 대학원 졸업생인 김지은(23)씨는 “처음엔 틈만 나면 매니큐어를 바르고, 노래를 부르고, 쉽게 스킨쉽을 해오는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나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특수교사인 최혜인(28)씨도 “아이들의 스킨쉽 때문에 거부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더 부자 나라에서 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왔으면서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오히려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스킨 쉽을 하는 몽골 청년들에게 거부감마저 보이던 한국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몽골청년들에게 마음을 열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따라하고 스킨쉽을 하며 웃고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희(25)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못찾아 불안해 자신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왔는데, 나보다 못한 처지에서도 더 밝고 맑게 마음을 열고 자기 일에 열중하는 몽골 친구들과 함께 본 미사에서 신부님으로부터 못난 옹기가 잘 쓰여지는 강론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살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곳에선 오대일 신부와 김보미 신부가 한국 청년들과, 항올성당 허웅 신부가 몽골청년들과 시종일관 함께 하며 미사와 개인 상담을 통해 내적 치유를 이끌었다. 이번 프로그램 현장을 담당한 김다해씨를 비롯해 김대민, 이상민씨, 항올성당의 몽골인 도미닉과 어기 등이 참석자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로그램 과정 중에 한 한국 청년과 한 몽골 청년이 갑작스런 발병으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모두가 내일처럼 나서서 이겨냈다.

게르에서 기도하는 참가자들

테르지국립공원에서 드린 미사

테르지국립공원 강을 건널 때 여성들을 업고 건네주는 남자 참가자들

종못드유목민문화센터 철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는 청년들

장난치며 노는 한국과 몽골 청년들

함께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한-몽 청년들

헤어지기 전 몽골주교(필리핀인)와 함께 한 한-몽골 청년들

마니토와 선물을 교환하며 포옹하는 한-몽 청년들

한국인 프로그램 디렉터 김다해씨와 몽골참가자 나몽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청년들과 몽골청년들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간호사인 김지현(30)씨는 “아! 이게 몽골 아이들의 표현 방식이구나. 그들의 표현 방식이 이해가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 2년 휴학생인 김근아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먼저 다가서지 못하는 나보다 먼저 다가와주는 그들이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우물가에 시멘트를 칠하고, 센터 건물 벽화를 그리는 공동 작업 때 서로 도우며 마음을 열었다. 매일 밤 매일 함께한 미사와 테제기도회에선 국적과 언어는 다르지만, 크리스찬으로서 하나의 신앙인으로 일심동체를 느꼈다.

 너무 길게 느껴졌던 14박15일의 일정이 마감으로 치닫자 이들은 집에 돌아가는 설레움만큼이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커졌고, 마지막 날엔 볼 때마다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선물을 교환하며 웃는 김보미수녀와 도미닉

 마지막 테제기도회 때는 서로를 축복해주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그 동안 남몰래 상대방을 위로해주고 기도해주는 마니토(수호천사)가 밝혀지는 날, 상대에게 선물을 해주며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이정석씨는 “지금까지 여자들과 말 한마디 못하는 쑥맥이였는데, 이번에 마음을 터놓고 지내면서 누구와도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대학 4년생인 현지혜(24)씨는 “가정 내에서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무척 힘든 마음으로 여기에 왔는데, 이곳에 지내는 동안 마음이 풀어졌다”고 고백했다.

 대학 1년생인 김청림(20)씨는 “하고 싶은 일이 뜻대로 되지않아 상심하고 낙담해 자신감을 잃어버렸는데, 이곳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때 그 때 삶에 집중하는 몽골인들을 보며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낙심과 고통 속에 울던 한국의 청춘들의 테제송엔 어느내 평화의 기운이 가득했다. 게르 안에서 부르는 안도와 편안의 노래가 초원으로 퍼져나갔다.

  “두려워말라. 걱정을 말라. 주님 계시니 아쉬움 없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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