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조오현
새 떼가 와도 손 흔들고 팔 벌려 웃고
사람이 와도 손 흔들고 팔 벌려 웃고
남의 논 일을 하면서 웃고 있는 허수아비.
풍년이 들거나 흉년이 들거나
-논두렁 밟고 서면-
남의 것이거나 내 것이거나
-가을 들 바라보면-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하지만
손 흔들어주고 숨 돌리고 두 팔 짝 벌리면
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조오현 스님=1932년 경남 밀양생. 조계종 스님. 설악산 신흥사 조실. 만해축전과 만해상을 통해 만해사상을 선양한 기획자이자 시인이고, 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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