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래야 싸울 수 없게 하는 민영진 박사 부부의 유머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감신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낸 민영진(71)-김명현 부부만큼 재미있게 사는 부부를 잘 알지 못한다. <기독교사상> 한종호 주간이 몹시도 좋아해서 늘 모임 때마다 모시기에, 나도 그분들을 자주 뵐 수 있었는데, 어떤 자리에서든 그 분들 유머 때문에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화는 주로 민박사의 부인이 이끌어가는데, 가끔씩만 한마디씩 보태는 민 박사의 멘트는 금상첨언이었다. 유머에도 품격이 있던가. 두사람의 ‘부부 유머 시리즈’를 듣다 보면, 유머 속에서 위기를 반전시키는 민 박사의 위트가 돋보인다.
부인의 말에 따르면 민박사는 평소 무신경하다고 한다. 부인이 큰 마음 먹고 가구를 바꾸어놓아도, 애써서 테이블에 꺾꽂이를 해놓아도, 알지 못한단다. 또 여러번 간 적이 있던 친척집이나 친구집을 다시 갈 때도 길 눈이 어두워 제대로 찾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이 핀잔을 줄 때 민박사가 한마디를 던지면, 부인은 금새 10대 수줍은 소녀처럼 환해지고 만단다. 눈 어두운 민 박사를 부인이 책망할 때 민박사가 하는 말.
“어쩌면 이렇게 당신과 똑 같을까. 맨날 봐도 처음 본 것 같으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