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자선이 아니라 인권 문제다
‘주는 자의 만족보다는 받는 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복지여야 한다.’
개신교 월간지인 <복음과 상황>이 5월호에서 복지논쟁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정리한 커버스토리를 마련했다. ‘밥퍼식 자선을 넘어 희년의 복지국가로’란 제목이다. 근대적 복지시설의 선구자였고, 지금도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절반 이상을 운영하는 개신교의 ‘복지관’을 제대로 정리해 보자는 것이다.
먼저 조홍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음과상황> 황병구 편집위원장과 가진 대담에서 보수언론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복지병’에 대해 “가진 자의 만족을 채우는 자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복지를 강화할수록 인간은 의존적으로 변한다고 보는 건데, 가난한 사람들은 ‘놀고먹는다’고 욕하면서, 왜 놀고먹는 부자들은 ‘부모 잘 만나 복 받았다’고 하느냐”면서 “자선이 아닌 인권 개념으로 복지를 보아야만 주는(세금을 내는) 사람은 의무가 되고, 받는 사람은 권리가 된다”고 말했다. 복지혜택을 받는 게 권리가 되면 의존감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생긴다는 게 조 교수의 견해다. 조 교수는 보수언론의 ‘복지’보도에 대해 “‘20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부흥하던 나라들이었던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복지를 많이 해서 망했다’고 한 것은 잘못된 팩트”라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복지정책을 들고 나온 페론의 집권기 훨씬 전인 193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와 지주세력이 부를 독점하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의 아동 무상 분유 지원 정책도 군부세력의 정치공작에 의해 무산되었는데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과 욕망을 유지하려고 사실을 오도하는 행태는 마치 사탄처럼 교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은 “전체 노동자의 52%가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고용조건과 최저 생계에 허덕이고, 생활비의 20% 이상을 사교육비에 쓰고, 대학생의 60% 이상이 비싼 등록금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사보험으로 평균 21만원을 내면서도 민간보험의 지급률은 30~50%에 불과할 만큼 보험회사가 폭리를 취해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 의료 등 5대 불안에 시달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고대 근동(동양)의 자비 정서는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권위주의적인 구조로, 그들의 복지행위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자나 강자의 호의였다”면서 “그러나 성서는 도움을 자선 차원이 아니라 권리 차원으로 서술하고,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 세금으로서 십일조를 바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보편적 복지’ 덕에 10년 동안 다섯 명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며 박사학위 공부까지 마칠 수 있었다는 홍 소장은 “사유재산을 사적 소유로 이해하기보다는 이웃의 복지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연대의식을 강조한게 성서의 정신이고, 디아코니아(섬김)로 나아가게 한 게 개신교를 태동시킨 종교개혁 신학”이라면서 “성서는 선별적 복지로 가난한 이들을 낙인 찍고 부끄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권리를 찾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옥순 한일장신대 디아코니아학과 교수는 “개신교 신앙인 디아코니아 전통에 기초한 선진 복지국가들은 개인의 소득과 소유를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나눠야 하는 물질로 인식하기에 ‘조세 저항’이라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모든 사람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면서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이 동등하게 존엄한 인간의 권리를 가지고 행복해지는 하나님 나라 통치에 순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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