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선운사에서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법만 스님과 김희중 대주교
2일 오전 11시 전북 고창 천년고찰인 선운사에 남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 위원장인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이었다. 김 대주교가 부처님오신날(10일)을 앞두고 축하길에 나선 것이다.
선운사 법만 스님으로부터 차대접을 받은 김 대주교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가 발표한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메시지’와 성경, ‘최후의 만찬’ 성화를 법만 스님에게 전달했다.
김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불자들은 모두 인간 생명을 깊이 존중한다”면서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도록 노력하면서 동시에 모든 단계와 모든 처지에 있는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이웃 사랑과 자연 존중을 배우는 가정의 특별한 사명에 대한 우리의 공동 확신을 재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주교가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이 힘들어할수록 종교가 화합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법만 스님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종교인들이 자주 만나면서 국민들이 편안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법만 스님은 김 대주교에게 선운사가 발간한 ‘작법귀감’과 다구, 차 등을 선물하고, 대웅전과 조사전, 노후수행관, 차문화체험관 건설 현장 등을 안내했다.
법만 스님은 “차문화체험관이 완공되면 불자들뿐만 아니라 천주교인들도 언제든와서 템플스테이도 하고 차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심학 스님과 송용민 신부, 강디에고 신부, 윤일순 수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재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인 김 대주교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 사찰을 찾아 교황청의 경축 메시지와 선물을 전달해왔으며, 지난해말에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6대 종단 대표들과 함께 로마 교황청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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