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들 교회 사유화’ 논란 이후 부활절 앞둔 예배
“저의 할 일은 다 끝났습니다”…사퇴 뜻 여부 주목
‘가족들의 교회 사유화 논란’에 휩싸여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신자들 앞에서 큰절을 올린 뒤 울며 사죄했다. 부활절(24일)을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진행된 ‘고난주일 특별 예배’ 마지막날인 22일 새벽 5시 예배에서였다.
조 목사는 ‘십자가 고난의 의미’란 주제로 설교가 시작된 지 20여분 지나 갑자기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작사하고 부인 김성혜씨가 작곡한 <얼마나 아프셨나>였다. 서너소절을 부른 뒤 조 목사는 “주님, 그날 십자가에 못박히셨을 때 얼마나 아프셨습니까”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어 조 목사는 침묵 뒤 “저로 말미암아 많은 시련과 환란이 생겨서 하나님께 고백하고 자백한다, 잘못했다”며 강대상 오른쪽으로 돌아나와 대성전을 가득매운 1만2천명의 신자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그러자 신자들 사이에선 “목사님!”하고 부르거나 우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머리를 바닥에 숙인 채 10초 정도 머물던 조 목사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듯 강대상을 일어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조 목사는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긍휼로서 저를, 우리 가족을 사랑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우리교회 당회장은 이영훈 목사”라며 “어떤 사람도 우리 교회에서는 이 목사님을 대적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의 할 일은 다 끝났다, 저는 이 목사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고도 했다.
이날 발언은 <국민일보>와 교회 장악 의혹을 받아온 장남과 부인인 조희준·김성혜씨가 비리혐의로 검찰에 잇따라 고발되면서 자신과 가족들이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이 조 목사가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약속한 대로 오는 5월14일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재단 등을 총괄하는 (재)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사퇴한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김한수 홍보실장은 “사랑과행복나눔 일에만 전념하고 다른 모든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을 이영훈 목사에게만 밝혔다가 전 성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제자교회들은 조 목사님이 여전히 역할을 해주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조 목사가 이런 행동을 보이면 성도들이 사퇴를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더 붙들려고 나서겠는가”라며 “사퇴 약속을 지키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순복음선교회 이사회를 소집해 정직 사퇴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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