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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그들의 세상 밖 첫 나들이가 생매장 죽음길”

등록 2011-01-20 09:26

5대 종교단체 ‘구제역’ 긴급토론회

“반생명적 공장식 축산이 인간 위협 부메랑

이 시대의 비극…인간이 삶의 방식 바꿔야” 

 

 

“내가 한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내가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 새들을 다시 노래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가수 김정식의 구슬픈 오래가 울려퍼졌다. <워낭소리>에서 보았음직한 슬픈 소가 그려진 스크린 앞엔 수녀와 목사와 원불교 교무와 불자와 천도교인들이 차례로 자기 종교의 예식대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소와 돼지들의 영혼을 위한 기도식을 마친 뒤였다. ‘구제역’으로 인한 ‘동물살생’이 인간적, 종교적 성찰의 계기로 전환되는 자리였다. 이곳엔 무려 300여 명이 입추의 여지없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각자의 예식대로 살처분 소와 돼지 영혼 위해 기도

 

이어 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 등 5대 종교 단체들이 공동으로 연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가 이어졌다. 먼저 안동가톨릭농민회 최재호 회장이 ‘현장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나섰다. 유기순환적인 축산을 하고 있다는 최 회장은 “태어난 지 2~3주밖에 안된 소들을 죽여 포크레인 하나에 3~4마리씩 엮어 싣는 것을 보니 강심장인 저도 피눈물이 나더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동물보호연합회 이원복 대표는 “축사에서만 지내다 생전 처음 흙을 밟아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되자 소풍가는 줄 알고 새끼들을 데리고 걷다가 갑자기 구덩이 속에 떨어져 비명을 지르는 돼지들의 소리에 대한 환청 때문에 15일간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토론회 발표자들은 인간의 육식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반생명적이며, 이것이 결국 전염병을 낳고, 인간과 지구까지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은 “돼지우리는 만원버스보다 더해 실수로 한 마리가 공중에 튀어오르면 밑에 공간이 없어 다시 내려올 수 없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면서 “슈퍼마켓에선 고기가 깨끗하게 포장돼 있지만, 실은 똥이 쌓인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평생 살아가며 유전적 다양성이 전혀 없는 옥수수 사료만 먹고, 호르몬제를 맞으며 자란 돼지들이 면역이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구제역 치사율 5~7%, 나머진 감기 낫듯 낫는데…”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는 “육식으로 인한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동물과 인간 공통의 인수전염병이 확산될 것”이라며 현재의 육식과 축산이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원복 대표는 “구제역으로 인한 큰 소나 돼지의 치사율은 5~7%로 나머지는 감기 낫듯이 치유되기에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발생했을 때도 500미터 내부만 살처분하고 나머지는 백신처분을 해서 막았다”면서 “현재 소고기 수출액 4억 원, 돼지고기 수출액 16억 원 등 모두 20억 원어치를 수출하는 한국의 처지에서 청정국 지위에 목을 매 200만 마리를 살처분하며 1조3천억 원을 쏟아붓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목사는 “구제역은 단순히 가축의 전염병이 아니라 이 시대의 비극적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구원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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