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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구제역, 인간의 무한탐욕에 대한 경고

등록 2011-01-13 10:58

기독교 금식기도·세미나…불교도 천도재

5대 종단 ‘반생명적 축산업’ 긴급 토론회

 

말 없는 소와 돼지들이 처참하게 살육당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10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들이 살처분되고, 구제역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기승을 부리자 동물들의 희생은 인간의 향략적 소비와 무자비한 환경 파괴와 오염, 반생명적 식습관 등이 가져온 참사라는 성찰적 분위기가 종교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개신교에선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님 심판” 반생명적 상황 회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총회장 김정서 목사 이름으로 낸 담화문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보다 많은 소비를 위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적인 삶에 있다”며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따르지 않고, 소비와 향락 속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깊이 회개하며,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도 “성경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볼 때 하나님은 교회가 부패할 때 역사의 경고를 내리셨고 시대가 부패할 때는 반드시 교회에 그 책임을 물으셨다”면서 구제역 창궐에 대해 “인류의 무절제한 물질적 탐욕과 무자비한 환경의 파괴와 하나님 창조질서에 역행하는 유해식품과 동물사료의 생산 등 인간의 총체적인 죄악상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이자 진노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이런 성찰적 기도를 위해 오는 16일을 금식기도일로 선포해 금식하고 헌금을 모아 축산농민들을 위로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고귀한 피조물임을 고백하며, 인간중심적이고 반생명적 상황을 회개’하기 위해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7개 교단과 공동으로 기도회와 세미나를 연다. 세미나에선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가 ‘생매장(살처분)에 대한 신학적 문제제기’를 하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목사가 ‘구제역을 통해서 본 환경오염’을 발표한다. 씨알재단(연구소장·박재순 목사)도 오는 16일 오후 3시 서울시청 부근 대양빌딩 805호에서 ‘구제역과 동물학대’에 대한 ‘씨알말씀’을 나눈다.

 

소를 찾는 그림인 심우도의 뜻

 

대부분의 사찰 벽에 심우도(소를 찾는 그림)가 있을 만큼 소를 ‘마음’과 ‘진리’의 상징으로 여기는 불교계에서도 희생가축을 애도하고 생명 가치를 일깨우기 위한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가축 영혼의 극락왕생과 구제역 조기종식을 기원하는 천도재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오대산 월정사에서도 지난 4일부터 천도기도가 시작됐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지난 6일 1천여 명이 함께 천도재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서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은 “생명의 소중함은 소와 돼지, 인간이 다르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구제역으로 매일 목숨을 잃고 있는 생명들에게 대한 애도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조계사도 오는 18일 오후 2시 ‘구제역 종식 발원 및 희생동물 천도재’를 봉행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런 성찰적 자세를 모으기 위해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 환경단체들과 참여불교재가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 등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가 오는 17일 오후 2~5시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반생명적 축산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단 긴급 토론회’를 연다.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영문도 모른 채 생매장 당하고 있는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현재 상황을 불러온 국가의 축산 정책과 국민의 식생활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소가 반성해야 하나 인간이 반성해야 하나

 

5대 종교는 ‘죽은 생명을 위한 5대 종단 고유 의식을 바탕으로 생매장당한 100여만 마리의 짐승을 위한 종교의식’을 가진 뒤 토론회를 시작한다. 토론회에선 안동가톨릭농민회 최재호 회장으로부터 자기가 기르던 가축을 살처분해야 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가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경제적 배경’을, 우희종 서울대 수의면역학 교수가 ‘동물 생명권의 관점에서 본 축산업의 현실’을 ,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 ‘부메랑이 된 음식-바람직한 식생활과 육식’을 각각 발표한다.

한편 주역의 대가인 동방문화진흥회 이응문 회장은 “‘희생(犧牲)’의 한자 두 글자 모두에 ‘소 우(牛)’자가 들어간다”면서 “인간의 잘못된 삶으로 인해 소가 희생양이 된 만큼 이번 참사는 소의 반성이 아니라 인간의 반성을 통해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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