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에 써…“신약성서에서 소극적 저항의 가치 깨달았다”
법정 스님의 1970년대 미발표 원고가 발견됐다.
함석헌기념사업회 정현필 사무국장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이었던 법정 스님이 1978년 6월호에 싣기 위해 썼던 미발표 원고가 발견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원고는 당시 편집장이던 박선균 목사가 최근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다. 원고의 제목은 ‘악에 관한 것’으로 200자 원고지 14매 분량이다. 원고는 △악을 선으로 바꿈 △앙갚음을 하지 마라 △영혼의 힘 대 물리적 힘 등 세가지 작은 글들로 이뤄져 있다.
법정 스님이 46살에 쓴 이 원고는 “내가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배운 구자라티 시 한귀절이 얼마나 나를 사로잡았는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로 시작된다. 그 구절은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마실 물 한 그릇을 주어 당신도 그 보답으로 그에게 물 한 그릇을 주었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라는 내용이다.
법정 스님은 “정말로 나에게 진실과 소극적 저항의 가치를 깨우쳐 준 것은 <신약성서>였다”(사진)며 ‘산상수훈’에서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라’는 등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 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바가바드기타>는 이런 감명을 심화시켰고, 톨스토이의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는 작품이 그 감명을 영원한 확신에 차게 했다고 고백했다.
법정 스님은 이어 “‘앙갚음하지 마라’는 것은 악이 악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에 의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리적 힘은 물리적 힘과 같은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혼의 힘에 의해서만 대항할 수 있다”고 적었다.
1970년 4월19일 창간된 <씨알의 소리>는 창간 40돌을 맞아 다음달 발간되는 특집호(3·4월호)에 이 글 전문을 실을 예정이다. 법정 스님은 이 원고를 보낸 뒤 ‘불교에 대한 악의 문제’라는 제목의 다른 원고를 보내와 이 원고는 묵히게 됐다고 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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