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의 삶’ 실천한 원불교 상산 종사
27살 어린 종법사에게 오체투지로 큰절
대종사 직계 생존자 100살 맞이 기념전
원불교에서 상산 박장식 종사는 전설이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전라도 제일의 명문가 가운데 하나인 남원의 죽산 박씨 몽산재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경성 법학전문대학(서울대 법대의 전신)을 졸업하고 기업체를 이끌던 전도양양한 젊은이가 이제 갓 태어난 신생종단에 귀의한 것도 화제였지만, 그 이후 보여준 그의 삶은 과연 ‘무욕의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946년 원광대 전신인 유일학림 학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962년부터 71년까지 교단의 행정 수반인 교정원장을 지냈다. 현재 원불교의 정신적인 최고 지도자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당시 상산 종사의 방청소를 하며 시봉한 제자였다.
1994년 원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대산 김대거(1914~98) 3대 종법사가 사임하자 다음은 상산 종사 차례라는 소리가 높았으나 당시 83살이었던 그는 “젊은 사람이 힘차게 종단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극구 고사했다. 이에 따라 선거가 치러졌다. 그 결과 당시 불과 56살이던 좌산 이광정 현 상사가 종법사로 추대됐다. 나이 많은 교단의 원로들은 당혹해 했으나 상산 종사는 원로원을 찾아오던 좌산 종법사를 보고 길거리에서 오체투지로 큰절을 올렸다. 교단 관계자들은 그 장면을 교조가 열반한 뒤 종권 다툼에 휩싸이기 쉬운 신생교단을 ‘화합의 반석’에 올려놓은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조 소태산 대종사는 당시 젊은 그가 교단 안정을 꾀할 주인공임을 예지했던 것일까. 교조의 생존시에도 상산 종사는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애제자였다고 한다.
그 상산 종사가 오는 22일 만 100살을 맞는다. 무욕의 삶으로 지금까지도 천진난만한 보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기리는 전시회가 22일 전북 익산 원불교중앙총부 역사박물관에서 10일 동안 열린다. ‘100세 기념전’은 상산 종사의 일생을 교단사·가족사·법가지·유입된 힘·해외개척사·생활사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소장품과 자료를 총망라해 입체적으로 전시하게 된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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