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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천국에 살 권리 없나

등록 2010-01-13 11:05

  새길교회 계간지 <새길이야기>  ‘동물 권리’ 특집

 전통 신학은 땅의 주인인 인간에 종속된 관계로 해석

 “인간 구원 만큼이나 동물 역시 구원의 대상이 될 것”

 

 영화 <아바타>에서 하반신 마비자인 전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 마을에 침투하기 위해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진 ‘아바타(분신)’가 되어 판도라 별의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설리는 정글 속을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다가 야생동물들에 의해 죽을 고비를 맞게 된다. 그 순간 그 별의 원주민인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가 야생동물들을 죽이고 설리를 구한다.

 

 그때 야생동물이 깊은 상처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바로 생을 마감하도록 안락사시키며 야생동물의 영혼을 보내는 네이티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구인 설리는 자신이 살아난 것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네이티리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하지만 네이티리는 죽이지 않아도 됐을 야생동물을 죽인 것에 슬퍼한다. 야생동물만이 아니라 나무와 풀과도 교감하며 살아가는 자신들과는 너무도 다른 지구인들에 대해 네이티리는 ‘철이 없다’고 말한다.

 

 “예수님 광야생활 때 유일하게 동물들이 수중 들어”

 

 구제역이 발생하면 수백, 수천 마리의 돼지와 닭들을 생매장하고, 병든 짐승을 쇠파이프로 때려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지구의 실상을 네이티리가 직접 본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인권의 확장에 이어 ‘동물 복지’가 논의는 되고 있지만 수많은 소와 돼지와 닭들은 오직 인간에게 제공될 ‘고기’가 빨리 되기 위해 갈수록 사육기간이 단축되는 등 ‘생명’으로서 가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안적 기독교’를 모색하고 있는 새길교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새길이야기> 겨울호가 ‘사람과 동물, 동물의 권리는 있는가?’라는 기획특집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특집에서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전통 기독교 신학은 창세기 1장 28절에 등장하는 ‘땅의 지배권’이 ‘신의 형상’인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 생각해 인간과 동물을 주종관계로 해석했다”며 “중세 이래 서양에서는 식물에는 성장·소멸을 지배하는 생혼만이, 짐승들에는 생혼에 더해 배고픔을 느끼는 각혼이, 그리고 인간은 이 둘에다 결코 소멸치 않는 영혼이 함께 깃들어 있다고 이해했다”고 ‘인간 우월주의’의 논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창세기 5~6장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홍수 사건을 보면 인간의 잘못이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창조 이전의 혼돈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고, 사자와 양, 그리고 어린아이가 함께 뛰노는 세상을 염원하는가 하면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생활하며 홀로 고독할 때 유일하게 동물들이 수종을 들며 교감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인간과 짐승들 간의 평화에 대한 성서적 논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진돗개 눈물과 의연함 보며 영혼 지닌 존재로 느껴”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과)는 인간 우월주의적 관점을 격파한 현대과학을 설명했다. 우 교수는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밝혀진 사람의 유전자는 침팬지와 1% 미만의 차이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 차이가 큰 것도 아니었으며, 또 예상했던 인간의 유전자 수도 3분의 1 수준이었고, 곤충의 두 배도 안됐다”고 밝혔다. 또 “광우병이나 신종플루 등 90년대에 들어서 새로 등장한 신종 전염병들의 약 70%는 인수(사람과 짐승)공통 전염병이라며 과거에 없었던 신종 전염병의 태반이 인수공통 전염병이란 것은 병이 동물과 사람의 관계성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모든 존재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사육되는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만이 아닌 야생동물권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표는 “서울에 침입한 멧돼지를 폭력배나 무장공비로 취급하는데, 인간이 침략해서 점점 살기 어려워진 난민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만 국가를 갖는 것이 아니라 멧돼지도 국가를 가지고 영토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가 왔을 때 인류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집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정배 교수는 강원도 횡성에 살며 기르던 진돗개 ‘진진’의 사례를 소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느날 사라져 2주만에 멧돼지 덫을 매단 채 비쩍 말라 돌아온 진진의 발목은 뼈가 드러난 채 이미 썩어 구더기로 가득 차 있었고,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으면서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더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고통 속에서도 의연하게 반가운 감정을 표현하는 진진과 모든 것을 교감할 수 있었다”면서 “결국 다리를 절단한 진진은 우리 사람을 여러 면에서 압도할 만큼 참을성, 의연함, 절제력을 지녀 영혼을 지닌 존재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하늘나라에 동물이 없다면 그곳은 진정 천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인간의 구원을 말하는 만큼이나 동물 역시 구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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