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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금욕의 벽’ 넘어 성직자 결혼시대 올까

등록 2010-01-06 14:27

가톨릭·불교 독신 수도 꺼려 수행자 점점 줄어

수녀 모집 라디오 광고·출가 전문 사이트 개설

 

 

유럽과 북미의 수도원에 가면 대부분의 수녀원엔 노수녀들이 태반이다. 그들을 돌보며 사실상 수녀원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유럽출신 수녀들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수혈된 ‘젊은 피’들이다. 수녀들 뿐 아니라 남성 독신 수도자들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 생 마리의 ‘세인트 조셉 수녀회’는 라디오광고를 통해 ‘수녀 모집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이 수녀회의 맥릴런 수녀는 광고에서 “수녀들의 삶에 관한 메시지와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라며 “수녀들이 지켜야하는 청빈과 육체적 순결, 순종의 서약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가톨릭 수녀는 1988년 2만4천 명에서 2004년 1만8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한국 가톨릭의 경우 순교자 후손들을 비롯한 신자들이 ‘여러 자식들 중 한명은 성소자(거룩한 부르심을 받은자라는 뜻)가 되길 희망’하는 분위기가 있어 그간 수도자들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결국 유럽의 추세를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대교구 사제 수품자를 보면 90년대 초반 매년 40~50명이던 것이 2008년 19명, 2009년 27명으로 나타나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한국 가톨릭에선 지금까지 신자들에게 배포되는 주보를 통해 늘 ‘성소자 모집’광고를 하거나 수도원별 성소자 모임을 가지며 청소년 신자들이 ‘성소자’를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가톨릭과 달리 내놓고 출가를 권유한 적이 없는 조계종도 출가 기피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출가하기 위해 매년 조계종 행자과정 수료자는 1999년 532명, 2000년 528명으로 500명대던 것이 2008년 287명, 2009년 266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일선 사찰에선 신자수가 늘어나도 신자들을 돌보고, 수행을 지도할 스님을 구하지못해 애를 먹는 사례도 적지않다.

 

이에따라 조계종 교육원은 이달 안으로 ‘출가 전문 사이트’를 구축해 출가에 대한 기피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예정이다. 조계종 교육원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젊은이들을 상대로 ‘출가를 권하는 글’을 공표했다. 이 글에선 “출가 수행은 진실한 자아를 찾고 세상에 구원의 빛이 되는 희망의 길이요. 성스러운 길이다. 자신을 억압하고 사회와 단절하는 삶이 아니라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조계종은 이 글 외에도 전용 사이트에 출가 권유 동영상도 띄울 예정이다.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출가 수행은 현대사회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배격하고 진실과 헌신, 조화와 공존의 참된 삶을 추구하고 구현하는 대안적인 삶”이라며 “출가자라고 해서 산사에 머무는 한길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생명운동가로 세상을 깨우고 있는 수경 스님이나 지리산에서 이장처럼 마을 살리기에 나선 도법 스님,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를 마치고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수행을 지도하는 미산 스님 등 다양한 출가자들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프랑스 신부 “결혼, 성직위기와 사제 기근 문제 해결책”

    만해, 승려 혼인 주장…1950년대 비구-대처 혈투 ‘상처’

 

서구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독신 수도자수 감소 추세가 독신 수도자가 감내해야하는 금욕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되면서 성직자의 독신 고수도 갈림길에 섰다.

 

유럽에선 450여년 전 가톨릭으로부터 분가한 성공회 사제들처럼 가톨릭 사제에게도 결혼할 것인지, 독신을 고수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성직자인 피에르 신부(1912~2007)도 “사랑하는 여자와 오랜 세월 함께 살고 있는 사제들을 알고 있으며, 그런 사생활과 무관하게 그들은 여전히 훌륭한 사제들”이라면서 요한 바오로 2세(당시 교황)가 사제들의 혼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고려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피에르 신부는 “결혼한 사제를 수용하는 것은 성직 자체의 위기와 사제 기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해서 독신 사제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해 한용운 스님 등이 일찌기 승려들의 결혼을 주장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일제시대 일본불교처럼 대처승(부있는 승려)이 대부분의 사찰을 차지해 전통비구사찰에서마저 빨래줄에 치마와 아기기저귀가 내걸리자 50년대 대처승을 몰아내는 ‘정화’를 하며 비구-대처간 싸움으로 적지않은 피를 흘려야했던 만큼  독신승 제도를 깬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독신 계율이 남몰래 부인을 두는 은처승과 몰래 여자와 관계하는 파계승을 양산해 승가에 오히려 좋지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불교학자인 고려대 조성택 교수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조계종의 스님들도 원불교 교무나 성공회 신부들 처럼, 결혼할 분은 하고, 독신을 유지할 분은 유지하도록 2원화 시키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있다.

 

원불교에서도 결혼을 할 수 있는 남자 교무들과 달리 독신이이야만하는 ‘여자 교무’(정녀)들도 결혼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도자들의 이런 내부 사정과 달리 ‘수도자들은 일반 신자와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신자들의 기대 수준이 이런 논의의 진전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결혼을 허용하는 종단 내에서도 은근히 독신자가 우대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허용하는 태고종에서도 정신적인 지도자인 혜초 종정과 지난해까지 8년간 종단을 이끌어온 운산 전총무원장이 독신 비구였다. 원불교의 경우는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와 2대인 정산 송규 종사와 3대인 대산 김대거종사는 결혼을 했으나 4대인 좌산 이광정 종법사와 5대인 경산 장응철 현종법사는 ‘정남’(독신인 남자교무를 일컫는 말)으로 오히려 최근들어 ‘독신 지도자 체제’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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