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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기도발’의 치유 기적, 예수·부처의 힘일까

등록 2009-12-16 16:00

신유의 종교인 대부분 이단 시비로 ‘종말’

“선교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문제” 지적

 

 

암에 걸린 환자들이 다른 치료를 거부한 채 기도원에서 천장이 뚫어져라, 바닥이 꺼져라 뛰면서 “주여, 주여!”를 외치며 울부짖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비신자들은 과연 그들이 제정신인가라고 묻곤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도 하루아침에 암 선고를 받아봐라.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형선고를 받아봐라. 과연 그게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지”라고 반문한다.

 

유명 사찰 기도처 성전이 되고, ‘능력’ 보여준 목사는 우상으로

 

이런 논쟁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2만여명이 암에 걸리고, 그 외 여러 가지 병고나 사고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적지 않다. 삶이 있는 한 죽음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래서 병과 죽음은 멈출 수 없다. 그 멈추지 않는 고통의 어둠 속에서 고대하는 한줄기 빛이 바로 기적이다.

 

종교에 뜨악했던 이들이 하나님이나 부처님 같은 절대자를 애절하게 찾을 때는 평안하고 행복할 때가 아니다. 불치병에 걸려 죽을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다. 병에 걸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치병’과 ‘기적’만큼 눈에 뜨이는 말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물에 빠진 사람의 당연한 심정이다.

 

그래서 죽게 된 사람도 살려준다는 기도발이 있는 것으로 회자되는 유명사찰의 기도처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객들이 몰려든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불교계에선 3천년만에 한번 핀다는 우담바라가 피는 ‘기적’을 주장하는 사찰들이 곳곳에서 쏟아져나왔다. 나중에는 그것은 우담바라가 아니라 잠자리알이었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신교계에서도 신유(神癒·신의 힘으로 병을 낫는 것)의 능력을 가졌다는 개신교 목사와 부흥사와 전도사가 가는 곳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또 그런 기도처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적인 치병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병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기도의 장소는 성전이 되고, 치병을 이끈 종교인은 영웅이 되게 마련이다. 이어 우상이 되고 교주처럼 떠받들어지는 당사자는 마침내 이단 사이비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수는 기적 대신 죽음으로 사랑 보여줘” 

 

다른 종교에 비해 ‘기복’과 이단 논란이 적었던 한국 가톨릭에서도  신유능력을 주장하는 한 인물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1985년부터 자신이 모신 성모상이 눈물을 흘린다고 주장하며, 추종자들과 ‘마리아와 구원방주회’라는 단체를 조직해 전남 나주 성모동산에서 별도의 기념일을 정해 의식을 거행하며 기적수 등으로 사람들을 치료해온 윤율리아(63)씨를 둘러싼 논쟁이다.

 

2년 전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이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을 방영한 이후 광주대교구는 지난해 교구장 공지문을 통해 “부분적으로 허황된 실태가 드러났다”면서 성모동산의 방문과 그곳을 통해 행해지는 의식행위는 교회법과 교계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임을 천명하고, 윤율리아의 사적계시와 기적에 대한 신봉을 공언한 장아무개 신부를 사제단에서 제명했다.

 

최근엔 광주대교구 황양주 신부(봉선조봉본당 주임)가 광주가톨릭대학원에서 ‘나주 윤유리아와 연관된 일들에 대한 그리스도적 식별’이라는  석사학위논문을 발표했다. 황 신부는 ‘기적이 어떻게 진짜인가를 알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교회의 식별전통에서는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안다’는 원리에 따라 외적인 판단기준들을 마련해왔다”면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일치 여부 △체험자의 인품과 관련한 진실성과 교도권에 대한 순명(겸손) △성령의 열매를 맺고 특히 애덕(愛德)을 실천하는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썼다.

 

황 신부는  “(치유와 같은) 기적을 통해 신앙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계속 기적을 바라는 유아기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게 문제”라며 “신앙을 성장시키는 게 종교지도자의 역할인데, 종교지도자들이 (기적을) 선교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황 신부는 또 “인간들은 눈에 드러나는 기적에 대해서만 호기심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예수께선 추종자들이 계속 기적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기적으로 악을 처단하는 대신) 자신이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써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간증의 이름으로 떠들고 다니지 말고 신비는 신비로 간직”

 

<기독교사상> 주간 한종호 목사는 “죽을병에 걸렸다가 나을 경우 치유경험자는 이를 절대화해 그것에 갇힘으로써 다양한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떠들고 다니기보다는 신비는 신비 차원에서 간직하면서 오히려 낫지 못하고, 아픈 사람들도 보듬어주는 게 신앙인의 자세로 본다”고 말했다.  

 

‘기적’이라는 빛에 따르는 그늘은 체험자의 이단 시비만이 아니다. 믿으면 반드시 낫는다는 승리주의 간증 앞에서 어떤 기적도 무력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신앙의 패배주의자로 전락하고, 신에게서조차 버림받은 듯한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한번 나았다가 재발 되는 이들도 그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결국은 죽게되므로 끝내 기적만을 갈구하다가는 배신감과 열패감을 맛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면 병들어 모든 것을 신과 부처에게 의지하고 싶은 환자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의사 예수>(전나무숲 펴냄)라는 책을 쓴 경주길교회 김종성 목사는 “병에 걸리면 기적적 치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의학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므로 정통 의학으로 치료를 하면서 생활습관을 고치고 마음을 다스려 종합적으로 치료해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도원에서 신유 체험으로 병을 나았다가도 얼마 안 있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의 뿌리인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병이 걸리게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도발 뒤에는 돈 몰리고 권력 다툼으로 번져

신유·치병의 능력, 사익보다 헌신으로 쓰기도

 

이른바 ‘기도발’이 센 종교인에게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또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그곳엔 인파만큼이나 많은 돈이 몰리게 된다. 그것에 맞춰 권력도 뒤따른다. 그래서 유명사찰의 기도처는 그 돈과 권력을 둘러싼 권력다툼이 예사였다. 추종자들에 의해 신유자로 존경받던 박태선 장로 등은 이단·사이비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감리교의 이용도 목사, 성결교단의 이성봉 목사 등은 비교적 신유와 치병 능력을 사익 추구에 쓰지 않고 헌신한 경우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김계화 원장의 치유 사역으로 각광과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할렐루야기도원도 천사의집과 사랑의집 소망의집 등의 사회복지시설들을 두고 기적에서 복지로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있다.

 

갓바위와 보문사(강화도 석모도) 등 유명 기도처의 시주금을 놓고 다툼이 치열했던 조계종의 경우엔 1994년 ‘종단 개혁’때 주요 기도처를 총무원 직영으로 못박았다. 또 도선사와 연주암, 보리암,  석굴암, 낙산사, 봉정암, 내장사 등 주요 기도처들도 특별분담금을 내도록 해 기도처의 수입금을 소수가 독식하지 않고 종단의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해왔다.

 

내년 조계종 예산 210억원 가운데 이 기도처들이 낸 액수가 전체의 3분의1이 넘는 78억원에 이른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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