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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스승은 이 세상을 믿지 말라 하셨네

등록 2009-03-04 14:17

새 책 ‘부처를 쏴라’ 펴낸 현각 스님

 

 

미국 출신 현각(45) 스님이 새책 <부처를 쏴라>(김영사 펴냄)를 내놓았다. 숭산(1927~2004) 선사를 만나 한국불교에 귀의한 출가기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출간한 지 10년만이다. 이번 책 역시 그의 스승인 숭산 선사의 가르침을 엮은 것이다.

 

3개월 동안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서 동안거(선승들의 겨울특별참선수행기간)를 끝내고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간담회에 나온 그의 몸매가 어느 때보다 청초해 보인다. 동안거동안 그는 일체 말을 하지 않는 묵언을 하며, 오후엔 일체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오후불식을 실천했다고 한다.

 

안거가 끝난 뒤에도 묵을 깨고 싶지 않았다는 그였지만 스승의 얘기로 돌아가자 다시 어린 아이처럼 흥분하는 예의 발랄함으로 금세 되돌아갔다. 그의 스승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살불살조’(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의 가르침을 설파하느라 입에 침이 튄다. 한국 불교의 위대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인들이 이를 몰라 너무나 안타깝다는 그는 열렬한 국수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가 전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현각 스님이 얼마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난 것도 한국의 전통을 존중하는 그의 모습에 반해서였다. 한국 신문에서 김 추기경이 유학자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 큰절로 참배하는 모습을 보고는 뉴욕 한인성당에 온 김 추기경을 뵈러 갔다는 것이다. 그런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면 자신이 한국의 선불교를 만날 수도 없었다는 생각에 전통을 존중해주는 추기경이 고마웠다고 한다. 그가 한국의 큰스님들이나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는 김 추기경은 한 시간 반동안의 대화 뒤 헤어지면서 “너 같은 사람이 성당을 떠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 때 현각 스님이 “나는 떠나지 않았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것이 생명”이라고 선답을 하자 김 추기경은 마치 알았다는듯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부처를 쏴라>에는 활발하기 그지없는 숭산선사의 가르침들과 함께 숭산선사가 서슬퍼런 5공시절인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써서 보낸 장문의 ‘독재자에게 보낸 편지’가 담겨 있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만백성을 다스릴 것인가’라는 경책과 함께 성철·탄허·관응 스님 등 세분에게 가르침을 구하라는 글을 쓴 숭산선사가 귀국길에 안기부 남산청사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비화가 공개돼있다.

 

현각 스님은 “옛 국사와 왕사들은 날카로우면서도 자비롭게 권력자들을 경책했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진짜 ‘정치 교육’이라고 했다.”

 

그는 현 경제난과 관련해 “숭산 선사는 ‘이 세상을 믿지 말라’고 했다”고 가르침을 전하며 “오바마 같은 ‘대보살’이 나타났으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유머를 던졌다. 자신이 어려움을 겪은 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면에서 오바마를 ‘대보살’로 칭송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오직 모를 뿐”이라는 선답으로 대신했다.

 

하버드대가 한국사회에 가진 독특한 영향력 때문에 자신이 너무나 유명해져버렸다는 그는 자신을 몰라보는 나라로 가서 고독한 수행을 하기 위해 2주후 유럽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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