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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김수환 추기경이 귀천(歸天)하던 날

등록 2009-02-20 19:45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5일째인 20일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그가 시위대를 내보내지않으면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공권력 앞에서 나를 밟고 가라고 했던 명동성당에서였다. 그로 인해 민주화의 성역된 명동성당과 앞마당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려는 가톨릭 신자와 시민 1만여명이 모여들었다. 그의 귀천을 환영하듯 전날부터 내린 하얀눈가루가 여신자들의 머리에 내려앉은 것처럼 면사포와 그들의 눈물방울이 더욱 하얗게 빛났다.

 정진석 추기경이 로마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특사로 임명돼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집전한 장례미사엔 한승수 국무총리 등 외빈과 사제단, 각 성당대표 등 800여명이 참여 했고, 나머지는 마당과 가톨릭회관 앞엣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함께 했다.

 

 김 추기경의 삼나무관은 머리가 신자들이 경우와는 달리 신자쪽을 향하도록 놓였다. 신자들을 위해 사제로서 마지막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관에 누워서도 마지막까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함께 했다. 이에 사제와 수녀와 신자들은 성찬과 성가를 통해 “주님, 추기경 김 스테파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며 간구했다.

 추도사에서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김 추기경께서 ‘나는 그저 다인 양떼에게 비천한 종일 뿐’이라고 저에게 하신 말씀과는 달리 사제요, 영적 지도자로서 당신에게 맡겨진 양떼에게는 충실하고도 선견지명을 갖춘 훌륭한 목자였다”고 회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고별사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단 대표로 나선 전가톨릭대 총장 최승룡 신부는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언급하며 “빵 5개, 물고기 2마리가 갑자기 뻥하고 산처럼 솟아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옆사람과 너도 나도 5천명이 함께 나눠먹은 것처럼 추기경님의 각막기증으로 각막 이식대기자 빛을 보려면 5년9개월이 걸리는 시간이 1년 혹은 6개월로 단축되는 기적이 열릴 것”이라고 추모했다.

 

 미사 마지막에 김 추기경의 평소 모습과 육성이 담긴 화면이 상영되자 신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1만여 환송객을 뒤로하고 김 추기경의 관은 서울대교구의 젊은 사제 8명에 의해 운구차로 옮겨져 유족과 사제단 등을 태운 5대의 버스와 함께  경기도 용인 가톨릭성직자 묘역으로 운구돼 노기남 대주교의 묘소 옆에 안장됐다.

  김 추기경의 묘비에는 그의 사목 표어와 그가 묘비명으로 택했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한편 김 추기경의 장례기간 동안 명동성당에만 40여만명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고, 그의 각막 기증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루 평균 25명이던 온라인 장기기증 등록자가 17일 153명, 18일 250명, 19일 740명으로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그의 마지막 나눔이 생명과 사랑의 빛으로 퍼져가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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