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마음산책

소들의 혁명

등록 2009-01-05 15:00

옛날 북방에 점을 잘 치는 한 늙은이(새옹·塞翁)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이 도망쳐 북쪽 국경 밖으로 가버렸다. 이웃 사람들이 그를 위로했지만 늙은이는 오히려 태평했다. “이것이 오히려 복이 될 지 누가 알겠소?”라는 게 그의 대꾸였다. 몇달 뒤 뜻밖에도 도망간 말은 오랑캐의 좋은 말을 배필 삼아 새끼까지 데려왔다. 그것을 이웃들이 축하하자 늙은이는 오히려 “이것이 화가 될 지 누가 알겠소?”라며 들뜨지 않았다. 날랜 북방의 말이 생기자 늙은이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다가 그만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서 이웃들이 하나 뿐인 아들이 다리 병신이 됐다며 혀를 차자 “그것이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태연자약했다. 1년 뒤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마을 장정들은 모두 싸움터에 나가 전사했는데, 다리를 절어 전쟁터에 나가지못한 그의 아들만은 살아남았다.

  

누구나 들어봤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를 낳은 얘기다. 인간세상의 길흉화복이 돌고도는 이치를 깨달아 어떤 일이 생기든 크게 연연치 않은 현자의 모습이다.

 

세상사를 서양에선 수직적으로 보았지만 동양에선 돌고도는 원으로 보았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끝이 있으며 권력을 얻은 사람도 내려와야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인생사가 변화된다는 것이 동양의 관점이었다. 그래서 동양학의 제왕도 변화의 이치를 담은 역(易)이다. 불교도 영원한 것은 없이 모든 것이 변한다는 무상(無常)을 진리의 근간으로 여긴다. 젊은 시절부터 주역을 탐구한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은 “밤이 깊어지면 아침이 가까워지듯이 음(陰)이 다하면 양(陽)이 하나 생겨나 점차 양이 늘어나고 양이 가득 차면 음이 생겨나는 것이 세상 이치를 알면 일희일비할 것 없다”고 했다. 겨울이 춥다고 하지만 추위가 극하면 추위가 풀리기 시작해 점차 더워지고, 더위가 극에 달하며 더위가 풀려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게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양의 선인들이 오직 방관하며 방일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선인들은 더울 때 이미 추위를 대비했고, 추울 때 더위가 올 것을 대비했다. 그렇게 자연이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한 이를 철부지(節不知·철을 알지 못함)라고 경책했다.

 

음양오행이 돌고돌아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으로 소의 해가 된다. 주역에선 소(황우·黃牛)가 두번 등장한다. 33번째 천산둔괘 2효와 49번째 택화혁괘 초효다. 두곳 다 황우지혁(黃牛之革·소의 혁명)이 나온다. 60년 전 기축년엔 중국에서 공산혁명이 일어났다. ‘공자의 후신’으로 불렸던 ‘주역의 종장’ 야산 이달(1880~1958)선사는 일제시대의 종말을 앞둔 1944년 선천(先天)시대가 끝나고 후천(後天)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고, 1948년을 후천시대의 시작으로 삼았다. 야산이 변혁의 시대로 보았던 1948년은 우리나라에 민주공화제가 시작된 이래 50년 6·25전쟁까지 격변의 시기였다. 2008~2010년은 60년 만에 다시 맞는 시기다. 그래서 지난해 광우병으로 인한 ‘촛불’을 소가 움직이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소란 땀흘려 일하고 희생하는 동물이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능히 변혁을 이룰 수 있는 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한겨레 ‘휴심정’에 주역산책을 쓰고 있는 청고 이응문 선생이 기축년의 우리나라 괘를 뽑은 결과 주역 64괘 가운데 54번째 괘인 뇌택귀매(雷澤歸妹) 2효(爻)가 나왔다고 한다. 이 선생은 야산선사의 손자로 동방문화진흥회 회장이다. 귀매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순간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그러므로 청고 선생은 “탐욕으로 성급하게 굴기보다는 호흡조절이 필요한 때”로 보았다.

 

신용복 교수는 주역을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세마디로 요약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한 처지에 내몰렸다고 아우성이다. 세상사는 변하게 되어았고, 궁한 상황은 더욱 더 큰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절망을 만드느냐, 희망의 벽혁을 이루르냐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조현 종교명상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주역엔 점과 사주 그 이상의 것이 있다 1.

주역엔 점과 사주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이해인-말을 위한 기도 2.

이해인-말을 위한 기도

예수와 붓다의 연결 고리 도마복음 3.

예수와 붓다의 연결 고리 도마복음

“150년간 팽창해온 한국 교회…예수님 오신 뜻 ‘희망’ 만들어야죠” 4.

“150년간 팽창해온 한국 교회…예수님 오신 뜻 ‘희망’ 만들어야죠”

웃고있는 가면 속 모습을 다 드러내 5.

웃고있는 가면 속 모습을 다 드러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