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했습니다. 2004년 3월 전북 남원 지리산을 출한 순례단이 5년째 전국의 산하를 걷고 서울을 걷던 중 한겨레신문사로 탁발하러 온 것입니다.
도법 스님을 비롯한 16명의 순례단이 한겨레신문사 논설위원실을 둘러보고 함께 신문사에서 마련한 한정식집으로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도법 스님은 정석구 논설실장, 김지석 논설위원, 오태규 부국장,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 5년 동안 순례에서 느낀 점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돌아보면서 “누구하나 살겠다는 사람을 보지못했다”면서 “하나같이 죽겠다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오직 살만한 사람은 자기 한 사람 뿐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농촌 중에서 최고의 소득을 자랑한다는 강원도 황태마을과 연 소득이 1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상사 주변 농민들을 비교해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연소득이 1억원인 백담사 근처의 황태 마을 주민들은 현재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기기 어려우니 쫓기듯 불안해하고 힘들어했지만 남원 실상사 주변으로 귀농한 이들의 연소득은 500만~1천만원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건 부자와 1등이다. 그런데 부자가 되고 1등이 되면 모두 행복해지는가? 아니다. 지금은 60년대보다 100배 이상 부유해졌다. 그러면 60년대보다 100배나 평안하고 아름답고 행복한가? 앞으로 100배를 더 가진다면 이제는 욕심을 내지 않고 자족할 것인가? 이기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은 만족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가 늘상 들려주는 삶의 가치관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60년대보다는 백배 이상 부유해졌지만 사람들은 모두 부족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이기적 욕망의 길을 통해 앞으로 몇배나 잘 살게 되면 자족하게 되겠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그가 탁발해가는 대산 5년 동안 발로 탁발한 것을 바랑에서 풀어내려놓는 사이 옆에서 탁발순례단은 욕망의 서울 한복판임을 잊은 채 코를 골며 낮잠을 즐겼습니다.
“삶을 너무 잘 모른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족을 모르는 게 있다. 이기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은 만족을 모른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 할 뿐이다. 이기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을 통해 행복에 도달하려고 한다면 끝내 도달할 수 없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