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저는 하루 일찍 휴가를 내 지금 고향집에 와 있습니다. 이번 여름엔 유난히 일이 많아 휴가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휴심(休心)케 하느라 내가 휴심할 틈이 없다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강가에 나가 딸과 함께 조개와 고동을 잡았습니다. 바위 틈새에서 조개를 발견한 딸아이는 마치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마냥 신나했습니다.
이제 밤이면 둥글고 환한 달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달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은 듯합니다.
옛날 양관 선사의 토굴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 누워 있는 선사 옆에서 방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선승의 토굴에 훔쳐갈 만한 물건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도둑은 아무리 살펴도 훔쳐갈 만한 것이 없자 도로 방을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 때까지 자는 척하고 있던 선사가 일어나 도둑을 불렀습니다.
“여보게, 가져갈 게 없으니 어쩔 것인가. 이거라도 가져가시게!”
하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홀라당 다 벗어주었습니다. 황망한 도둑이 도망치듯 토굴을 나서 뜰로 나오자 뜨락엔 달빛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발가벗은 선사가 뒤에서 말했습니다.
“저 달빛마저 그대에게 줄 수 있다면!”
오늘 밤엔 도둑질할 수고가 없는 달빛을 신선처럼 선사처럼 황제처럼 즐겨봅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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