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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중국은 왜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을 원치 않을까

등록 2008-04-25 11:52

[마음산책] 티베트사태를 보는 눈 ②   50년을 일관한 ‘비폭력’…베이징올림픽 오히려 지지

중국의 “폭력 배후조종자” 주장은 역사적 사실 왜곡    
지금 달라이 라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권력인 중국 정부와 세계 최대 인구 집단인 한족 및 화교의 공적이다. 중국의 분리를 책동하는 분리주의자이며, 겉모습과 달리 티베트의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면 한국 내에 사는 화교들의 큰 영향력과 비판도 물론 실감하게 된다.)   중국의 티베트 폭력 진압에 대한 전 세계의 지성과 매스컴의 비판이 고조되고, 베이징 올림픽 참여를 거부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자 중국 정부와 한족들은 이처럼 모든 책임을 달라이 라마에게 돌리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달라이 라마가 폭력을 조장하고 올림픽을 방해하고 있다”고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사태의 배후조종자로 지목했다.   과연 그럴까? 달라이 라마는 이미 알려진 대로 1959년 중국에 점령당한 티베트를 떠나 인도로 망명한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폭력 투쟁’ 노선을 지켜왔다. 그의 나이 불과 24살 때 망명한 지 50년이 다 된 지금까지 그의 노선이 혼선을 빚은 적은 없었다. 그는 사실상 티베트의 독립이 어려워지자 몇 년 전부터는 정치적 독립을 포기한 대신 종교의 자유 등만을 인정받는 고도의 자치권만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베이징올림픽을 티베트 독립을 위해 활용하지 않고,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의 항거분위기가 고조되자 오히려 “폭력사태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경우 지도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사퇴를 예고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중국이 왜 달라이 라마를 굳이 ‘폭력의 배후 조종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티베트에서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오히려 항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일까.   영향력 커진 중국의 위력 과시에 세계 각국 눈치보기   중국은 지구상에서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가 될 만큼 강력한 국가로 성장했다. 또한 13억여 명의 인구를 거느린 최대 집단이다. 세계 어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도 중국 시장을 제쳐놓고, 경제 성장을 기약하기 어려우며, 중국 정부에 밉보일 경우 자국 기업과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마치 중국의 속국이나 되듯이 티베트 인권문제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한 서북공정을 끝낸 뒤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공정에 나서리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임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 때 그 때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게 하지 않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까지 달라이 라마에게 우호적이었던 나라들조차 중국 정부의 그 강력한 힘 앞에 갈수록 무력해지고 있다.  
  중국을 견제했던 네루 수상이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허용한 이래 수많은 티베트 난민들의 정착을 도왔던 인도 정부도 최근 중국과의 밀월에 나서고 있다. 티베트 사태가 불거진 뒤 인도 히말라야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인 학살 반대 시위를 벌이는 티베트인들이 다람살라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와서는 안 된다며 인도 정부가 강력히 경고하고 나선 데서도 인도 정부의 변화된 기류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지구에서 점차 힘의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중국정부와 중국을 외면할 수 없어 이해득실에 따라 태도를 표변하는 세계 각국의 변화에 따라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는 갈수록 지구상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외교적인 힘에 있어선 중국과 티베트는 갈수록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힘은 더욱 더 강력해지고, 티베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달라이 라마의 편지를 읽고 자결한 게릴라 대장   중국의 영향력에 의해 ‘국가들’이 무력해지고 유엔조차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티베트의 폭압과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양심과 지성과 언론들이다. 중국의 침략으로 전 국민의 5분의 1인 120만 명이 숨지고, 6천여 개의 불교사찰이 파괴되어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음에도 보복과 원한을 내려놓고, 중국에 대한 자비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달라이 라마를 경이에 찬 눈으로 지켜보아온 양심들이다.  

티베트 패망 이후 달라이 라마의 행보는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 나온 지 1년 뒤인 1960년의 일이다. 캄빠유격대는 네팔 접경지대인 히말라야 산중에서 중국군과 싸우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네팔 정부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네팔 정부는 히말라야 산 속에 산재하는 게릴라들을 해산시켜 달라고 티베트 망명정부에 부탁했다. 달라이 라마는 육성 녹음을 해 네팔 산 속에 있는 유격대에 인편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하고 싸우는 것은 훌륭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法·진리)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살생을 첫째의 덕목으로 가르쳤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중국 사람도 우리와 똑같아서 불행을 원치 않습니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던 게릴라대원들은 대성통곡했다. 게릴라 대장은 “자, 모두 우리는 부처님과 같은 존자님 달라이 라마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면서 부대원들을 해산시킨 뒤 끝내 독배를 마시고 자결했다. 이후로 티베트 유격부대는 모두 해산했다.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달라이 라마 본인만이 아니었다. 티베트 스님 로폰라는 티베트를 탈출하려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무려 18년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받았다. 그 뒤 풀려났다가 인도로 망명한 로폰나에게 달라이 라마는 “감옥에 있으면서 두려웠던 적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로폰라는 “내 자신이 중국인들을 미워하게 될까봐. 중국인들에 대한 자비심을 잃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원한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무기대신 용서 선택   중국에서도 가장 강한 국가였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싹쓸이했을 만큼 야만성이 강한 서융의 후손으로서 얼마든지 강력한 투쟁을 벌일 수 있는 뿌리를 지녔음에도 달라이 라마는 불보살의 수행으로 원한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무기 대신 용서를 선택했다. 원한과 증오로선 결코 고통의 윤회를 끊을 수 없으며, 오직 내면의 분노를 쉰 자비심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폭력의 배후로 몰아세우고 있다. 다른 제국들이 자신의 식민지를 포기한 2차대전도 한참 지난 뒤에서야 강제로 티베트 침략에 나섰기에 좀체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중국 정부로선 자신의 잘잘못이 가려질 수 있도록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인들이 비폭력 노선을 포기한 뒤 야기될 ‘폭력적인 이전투구’를 내심 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비폭력인 보살도와 양심들은 그 강력한 국가적 힘과 경제력과 인구수로도 무찌를 수 없고, 벨 수도 없기에.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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