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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목소리 높인 청룽, 고개 숙인 이연걸

등록 2008-04-18 11:38

[마음산책] 티베트사태를 보는 눈 ①

청룽 “올림픽 이용하지 말라”…이연걸 “질문 받지 않겠다”

영화 홍보 회견장에 나온 두 스타의 엇갈린 표정  
    홍콩의 액션스타 청룽(성룡)이 “올림픽은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사랑, 평화를 상징 한다”며 “어떤 주장을 펴기 위한 수단으로 올림픽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란 영화의 홍보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그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며 “스포츠와 정치를 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동양의 영혼을 담은 무예와 스포츠를 ‘장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청룽의 말이다. “‘내 장사’를 위해 수백만 티베트 민중들이여 죽더라도 신음소리도 내지 말아줘”라는 듯이.   올림픽을 주제로 한 비자 카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해온 그는 “스포츠와 정치를 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것은 그른 일이며 왜 사람들이 올림픽 정신을 파괴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이 영화의 다른 주연배우 리롄제(이연걸)는 티베트 사태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가 관련된 질문을 하자 리롄제의 홍보 담당자는 “그런 (정치적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을 끊었으며, 리롄제가 서류 폴더를 집어 들고 남은 인터뷰 시간 내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독실한 불자인 리롄제는 스스로 양심을 속일 수 없어, 고개를 들지 못했던 모양이다.   리롄제는 평소 티베트의 정신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만난 적이 있는 독실한 불자여서 티베트의 민중들이 눈앞에 밟혔으리라.   불교 장려하는 중국의 두 얼굴…진정한 올림픽 정신으로 돌아와야  

그러나 리롄제와 세계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불교가 아니다. 중국이야말로 국가적으로 ‘불교’를 장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기독교 세계와 맞서기 위해 중국 내에서 선교를 제한하면서 내부적으로 불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중국 각지에선 불과 10여 년만에 수십만명의 불교 승려들이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양산되고 있다. 아마 전 세계의 불교 신자(3억~4억명)보다 더 많은 불자들이 중국 내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장려하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한다면 불교가 아니다. 중국 제국주의와 국가주의를 위한 또 다른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중국에서 불교와 유교, 도교적 정신 가치는 문화혁명과 그 뒤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황폐화해버려 그 뿌리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이 진정으로 불교적 가치를 되살리려 한다면 아직도 그 전통이 남아 있는 티베트 불교의 유산을 귀중히 여겨야하겠지만, 중국은 그것을 상업화시키고 관광지화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불교를 진흥하는 것도,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도, 진정한 정신적 가치와 평화를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야욕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의 일단이라는 것을, 과연 무엇이 진짜 정치인지를 청룽은 모른다는 말인가.   올림픽엔 룰이 있다. 룰을 벗어나서 승리에만 집착한 권투선수가 경기장 밖에서 상대방을 죽도록 두들겨 팬다던가, 검도선수가 상대의 급소를 찔러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룰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종종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주국을 유지해온 이상으로 티베트는 중국과는 전혀 다른 역사를 유지해온 나라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룰도, 가치도 무시하고 있다. 올림픽을 오직 자신의 야욕 달성을 위한 정치에만 이용하고 있다. 청룽은 그런 야욕의 정치의 게슈타포가 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청룽과 세계의 스포츠인들이 지켜야할 것은 티베트도 불교도 올림픽도 아니다. 청룽이 진정으로 찾아야 할 ‘잊혀진 왕국’은 심산유곡이 아니다. 바로 그 자신의 양심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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