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모처럼 가족끼리 모였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함께 자랐음에도 평소 쉽게 만나지 못한 형제자매와 조카들까지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모처럼 집안에 활기를 돌게 한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눈치 없이 툭툭 내뱉은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명절에 주의해야 할 것, 하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서로 안부를 묻고, 요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식과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 성공담을 자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받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투자에 성공해 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돈을 잃거나 투자 자체를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도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의 대학 합격이나 취업을 자랑할 경우 불합격이나 미취업 자녀를 둔 형제자매는 가족간의 모임이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명절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하게 표할 경우 선호도가 엇갈리는 가족들간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더 최악은 가족들에게조차 ‘왜 아이를 안 낳는 거니?’, ‘부부간에 왜 사이가 안 좋은 거니?’, ‘왜 회사에서 해고된 거니?’ 등과 같은 관음증에 따른 질문을 던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경우다. 평소 한집에 살며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이나 친척이라고 해도, 긍정적인 대화를 먼저 하고, 당사자가 굳이 꺼내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던지는 것은 가족간에도 실례다.
소통 전문가들은 가족들끼리라도 비폭력 대화법을 통해 ‘솔직하게 말하기’, ‘공감으로 듣기’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기’와 ‘공감으로 듣기’는 비난조로 말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드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특히 비폭력 대화법의 핵심은 말할 때는 ‘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들을 때는 ‘너’에 대해서만 들으라는 것이다. 가령 차례상이나 밥상을 준비하거나 요리를 할 때 ‘너는 왜 아무것도 안 해?’라고 상대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기보다는 ‘내가 손이 좀 부족한데, 이것 좀 해줄 수 있어?’라고 1인칭으로 자신의 요구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또 만약 대선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자르지 말고 경청한 뒤 ‘너는 어떻게 그런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라고 상대에게 말하기보다는 ‘내 생각에 ㄱ후보는 이 정책이 어떤 점에서 마음에 끌리더라’등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상대의 말을 판단하고 심판하고 충고하고 조언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청한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소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절 때 모처럼 조카 등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을 만날 경우 어른들은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너 공부 잘해?’, ‘너 어느 대학 합격했어?’, ‘결혼 언제 하니?’ 등처럼 젊은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만 할 경우 아이들에게 꼰대로 찍혀, 곧바로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 될 수 있다.
소통 전문가들은 젊은이들과 대화를 할 때는 닫힌 질문을 해서는 안 되고, 열린 질문을 하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닫힌 질문’이란 ‘너 취직했어?’, ‘너 애인 있어?’, ‘너 키 몇이야?’ 등처럼 ‘예’ 혹은 ‘아니오’라는 단답형 답변을 나올 수밖에 없어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물음이다. 반대로 ‘열린 질문’은 ‘네 생각은 어때?’, ‘요즘 어떻게 지내?’ 등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물음이다.
심리상담가인 박미라 박사(치유하는글쓰기 연구소장)는 “젊은이들은 자신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가르치려고만 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반대로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자신이 뭘 재밌어하는지를 물어주면서, 요즘 세대의 문화에 대해 배움의 자세를 가진 어른에게는 얼마든지 즐겁게 대답해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가르치기보다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방탄소년단이나 아미, 이국적인 음식들, 비트코인, 연예인이나 인터넷 트렌드 등 잘 모르는 분야를 물어야 세대를 넘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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