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1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막내들은 얼마나 더 매워졌을까?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새 시즌 항해를 시작했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다. 창단 후 2년 연속 꼴찌(7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시즌 미디어데이에서는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을 꼽는 질문(7개 구단이 각 2팀씩 선정)에서 3표를 받아 김연경이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4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직전 시즌 우승팀 한국도로공사와 동률이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런 기대를 받는 이유는 자유계약(FA)시장 성과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주장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를 연 총액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옵션 3억원)에 데려왔다. 여기에 2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던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 베다르트(야스민)까지 품었다. 지난 시즌 리베로 오지영과 세터 이고은을 영입한 데 이어, 새 시즌 공격진까지 강화하며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조 트린지 감독은 7월 광주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스마트 배구”를 내세우며 봄배구 진출 의지를 보였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배구로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팀에는 부담되지만, 우리 팀엔 간단한 기하학” 같은 배구를 하겠다고 했다. 구단 차원에서는 훈련장과 숙소 등도 모두 연고지인 광주광역시로 옮기며 전반적인 정비도 마쳤다.
다만 여전히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15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리그 개막전에서 1-3(9:25/25:18/15:25/18:25)으로 패했다. 범실이 31개(현대건설 15개)나 나왔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박정아는 9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는데,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1세트에서 나온 9-25라는 기록적인 점수 차이는 팀 전체 조직력 문제도 여실히 보여줬다.
희망은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으나 2세트에선 오히려 반격에 나서며 세트를 가져왔다. 호흡만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허리 부상 우려가 있었던 야스민도 17득점으로 여전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페퍼저축은행은 22일 인천에서 흥국생명을 만난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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