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통합우승이냐, 반전 드라마 시작이냐.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맞붙는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판3선승)이 어느덧 3차전에 접어든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이다.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이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잇달아 잡았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 이후 두 번째 3년 연속 통합우승 역사를 쓰며 새 왕조를 열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승하면 올 시즌 트레블(정규리그, 챔프전, 컵대회 1위)도 달성한다.
이제 무대는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으로 옮겨 간다. 현대캐피탈 안방이지만, 상황은 여전히 대한항공이 좋다.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지금까지 1, 2차전을 연속으로 잡은 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100%(8차례)였다. 더욱이 올 시즌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6승1패(챔프전 포함)로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유독 대한항공에 약한 모습이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핵심은 국내 최고 센터 한선수다. 한선수는 이번 챔프전에서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하며 안정감 있는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 같은 베테랑 세터가 챔프전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올 시즌 한선수가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한국배구연맹 제공
반면 현대캐피탈은 여건이 녹록지 않다. 특히 에이스 전광인이 포스트시즌 일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부상으로 이탈한 점이 뼈아프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문성민·이시우·김명관 등을 기용하며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리그 1위 대한항공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특히 2차전에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던 허수봉마저 흔들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최태웅 감독은 “남자배구 인기를 위해서라도 더 박진감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라며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고 했다.
반전을 위해서는 결국 현대캐피탈도 세터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현대캐피탈은 베테랑 한선수에 맞서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신예 이현승을 주전 세터로 기용해왔다. 다른 세터 자원인 김명관 역시 챔프전은 이번이 첫 출전이다. 이에 최태웅 감독은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라면서도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열정으로 기세를 가져와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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