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뒤 이렇게 말했다.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고,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패기가 승패를 좌우하기 쉽다. 넘치는 에너지로 경기를 지배하는 에이스가 평소보다 몇배 더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이제 무대는 플레이오프로 옮겨 간다. 먼저 기다리고 있는 건 현대캐피탈(정규리그 2위)이다. 도전자는 2년 연속 ‘업셋’을 일구며 올라온 한국전력(4위)이다. 이들은 27일 저녁 7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22∼2023시즌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3판2선승) 1차전을 치른다.
팀을 챔프전으로 이끌 ‘미친 선수’는 누가 될까. 양 팀 모두 한국 토박이 선수가 눈에 띈다. 현대캐피탈에선 허수봉(24)이 유력 후보다. 데뷔 7년 차를 맞은 허수봉은 이번 시즌 리그 대표 에이스로 성장했다. 최근 부상으로 팀 주포 전광인(31)이 이탈했기 때문에, 허수봉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허수봉은 “(전)광인이형 공백이 있지만, 제가 일을 한 번 내겠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허수봉은 신예였던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우리카드와 경기 때 부상으로 빠진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하다르 대신 투입돼 팀을 챔프전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데뷔 첫해부터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이현승(22)도 주목해야 한다.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이현승은 최태웅 감독 신임 속에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생애 첫 봄배구가 주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관건이다.
한국전력은 서재덕(33)이 핵심이다. 권영민 감독 역시 서재덕을 “현대캐피탈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서재덕은 “이번에 꼭 챔피언결정전에 가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쳤다가는 (우승 없이) 은퇴를 할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재덕은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코트를 휘어잡는 경기를 펼쳤다. 공격력(13득점)도 좋았지만, 세리머니와 포효로 팀 전체에 상승기류를 불어넣었다. 서재덕은 이날 경기 뒤 “단기전은 기세”라며 “상대(우리카드)를 잡아먹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생애 첫 봄배구에 나선 임성진(24)도 일을 낼 수 있다. 임성진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 진출팀 감독과 선수가 뽑은 ‘상대팀 중 미친 선수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에서 최다표(3표)를 받았고, 실제 우리카드전에서 11득점을 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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