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압도적이었다.
대한항공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한 링컨 윌리엄스(20득점)를 앞세워 3-0(25:17/25:20/25:22) 완승을 했다.
24승9패를 기록한 리그 1위 대한항공은 승점 71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66)과 격차를 승점 5점 차이로 벌렸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로 가는 9부능선을 넘었다. 이날 경기가 이번 시즌 두 팀 간 마지막 경기인데다, 이후 남은 경기가 각각 3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항공은 쫓기는 입장이었다. 올 시즌 시작부터 리그 1위를 놓치지 않으며 3년 연속 통합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대한항공은 올해 초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월24일 케이비(KB)손해보험에 셧아웃 패배를 당한 뒤 4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그사이 5연승을 거뒀고, 지난달 21일엔 시즌 들어 처음으로 1위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다시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다시 순위가 뒤집힐 수 있었다.
쏟아지는 부담감.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강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1세트부터 현대캐피탈을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특히 링컨이 서브를 앞세워 연속 득점을 냈다. 이미 우승 경험이 있는 한선수·정지석 등도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뒤 “저희 선수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큰 경기에서 어떻게 이겨야 할지 아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젊은 선수가 많은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경험 부족이 독이 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현승한테는 부담스러운 경기였던 것 같다”며 “미리 이런 경험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고 했다. 이현승은 2001년생으로, 올 시즌 신인왕 유력 후보로 꼽히는 새내기 세터다. 반면 대한항공은 같은 자리에 1985년생 베테랑이자 국내 최고 세터로 꼽히는 한선수가 버티고 있다.
이날 현대캐피탈이 꺼낸 ‘미들블로커 허수봉’ 카드도 통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그를 1세트가 끝난 뒤 다시 아포짓스파이커 자리로 돌려놔야 했다. 최 감독은 “준비된 거로 가려고 했는데, 워낙 (대한항공) 서브가 세게 들어왔다. 그래서 삼각편대를 유지하기 위해 (허수봉을) 다시 원위치로 보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오늘 대한항공 서브는 제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서브”라며 “우리 팀이 부족해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한테 압도당했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 직행에 가까워졌지만, 두 팀 사령탑은 모두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앞으로 남은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했고, 최태웅 감독은 “5점 차이가 다시 뒤집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역전우승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인천/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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