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신임 감독이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지에스(GS)칼텍스와 경기가 끝난 뒤 서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배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대행 체제를 이어오던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이 모두 정식 감독을 선임했는데, 두 사령탑 모두 외국인이다. 이로써 여자부는 외국인 감독을 둘이나 갖게 됐다. 김연경(흥국생명)은 이를 두고 “한국 배구의 도전인 것 같다.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7일 “신임 감독으로 아헨 킴(38)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아헨 킴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8년 미국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 소속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교 배구팀 감독을 역임했다. 유일한 30대 사령탑이라는 점도 신선했지만, 미국 대학리그에서만 경험을 쌓은 지도자라는 면에서도 파격이었다. 아헨 킴 감독은 2023∼2024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지휘한다.
감독 경질 논란으로 파행을 겪던 흥국생명도 외국인 지도자를 선택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마르첼로 아본단자(53)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이탈리아 등에서 프로팀을 지휘했고 불가리아·그리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주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던 지도자로, 김연경과 튀르키예 페네르바흐체에서 4시즌 동안 사제의 연을 맺기도 했다.
사실 아본단자 감독 선임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흥국생명이 새해 초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한 뒤 팀 윗선의 경기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고, 사실상 국내 감독 선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수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연경은 19일 서울에서 지에스(GS)칼텍스를 꺾은 뒤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선수들이 선진 배구를 배워 생각도 넓어지고 배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주로 국내 감독이 지도자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2020년 남자부에선 처음으로 로베르토 신탈리(58) 감독을 선임한 뒤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을 일궜고, 이어서 지휘봉을 잡은 토미 틸리카이넨(36) 감독도 지난 시즌 팀에 2연속 통합우승을 안겼다. 여자배구 대표팀도 스테파노 라바리니(44) 감독에 이어 세자르 곤살레스(46) 감독까지 외국인 사령탑이 지휘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감독 선임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한국적 맥락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프런트나 리그와 갈등을 일으키는 등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