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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VPN] 비인기도 아닌 ‘비인지’ 종목…여자 카누의 은빛 볼하트

등록 2023-10-03 17:09수정 2023-10-03 20:06

카누 국가대표 이한솔(왼쪽부터), 조신영, 최란, 이하린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볼 하트를 하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카누 국가대표 이한솔(왼쪽부터), 조신영, 최란, 이하린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볼 하트를 하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아시안게임에는 몇 개 종목이 있을까?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기준 40개 종목이다. 도쿄올림픽(33개)과 비교하면 7개 많다. 세부종목(63개)까지 보면 더 사정이 복잡하다. 자연스럽게 일부 소수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이 나뉜다. 여기에 최근에는 “비인지종목”(최윤 선수단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아예 인지조차 되지 않는 종목도 많다는 이야기다.

3일 열린 카누 스프린트 경기도 그랬다. 이날 한국은 6개 경기에서 은메달 2개를 가져왔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한국 기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관심 속에서도 여자 카약 4인승 500m에 출전한 최란(28), 이하린(29), 이한솔(19·이상 부여군청), 조신영(25·대전시체육회)은 1위 중국(1분39초960)에 이어 1분42초870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1분42초958)을 0.088초 차로 제치는 명승부였다.

카누 국가대표 이하린(왼쪽부터), 이한솔, 조신영, 최란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카누 국가대표 이하린(왼쪽부터), 이한솔, 조신영, 최란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조신영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중국 자원봉사자들의 모자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조신영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중국 자원봉사자들의 모자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이날 시상식 뒤 만난 선수들은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 진짜 우리 메달이 맞나 싶다”(최란)라고 했다. “5월에 열린 월드컵에서 아시아 기록으로 7, 8위였다”(이하린)는 설명이다. 이하린은 “4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했고, 오늘 선수들끼리 합이 잘 맞은 덕분인 것 같다”라며 “그런데 마지막까지도 ‘메달은 땄구나! ’했지만, 2등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본인들도 놀란 깜짝 선물이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나선 이하린은 “사실 비인기 종목이라서 빛을 많이 보지 못하지만, 이번 은메달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카누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도 많이 어려지고, 막내는 저랑 10살 차이가 난다”라며 “이 선수들이 저희 카누를 더 빛나게 해줄 거라고 저는 믿고 있다”고 했다. 이한솔은 “언니들이 앞, 뒤에서 든든하게 도와주셔서 저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20살 막내로 은메달을 따고, 29살이 돼 동생들과 이번에 다시 은메달을 땄다”고 기뻐한 이하린. 아시안게임을 떠나는 심정은 어떨까. 대회를 떠나는 소감을 묻자 이하린은 “오늘 저희가 마지막에 우즈베키스탄을 초 단위로 잡아서 이겼다”라며 “정말 스릴 있고 스피드한 종목이라서, 경기를 보신다면 저희와 같이 심장이 두근두근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카누 스프린트 종목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하린(왼쪽부터)과 아버지 이기태씨, 어머니 홍계순씨, 직업군인인 남편 김부용씨가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가족들이 직접 만든 응원 걸개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이하린(왼쪽부터)과 아버지 이기태씨, 어머니 홍계순씨, 직업군인인 남편 김부용씨가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여자 카약 4인승 500m 시상식 뒤 가족들이 직접 만든 응원 걸개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이하린은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운동선수 17년 하는 동안, 카누라는 스포츠가 잘 알려지지 못했다. 비인기종목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 저희를 잘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국민분들께서 응원해주신 것에 보답해드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 후배들은 다음번에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로 꼭 보답 드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뒤늦게 선수들이 시상식 사진을 보내왔다. 앞선 경기 기사를 쓰느라 미처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메달 예상을 못 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시상대에 올라 한껏 기쁨을 만끽했다. 탁구 ‘삐약이’ 신유빈(19·대한항공)처럼 볼 하트를 하고, 이로 메달을 깨물며 사진도 찍었다. 비인기, 혹은 비인지 종목일지는 몰라도 그들이 목에 건 메달은 다른 메달들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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