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10번) 등 붉은색 유니폼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북한과 경기에서 진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세대교체에 실패한 한국이 ‘젊은’ 북한 여자축구 앞에 완패했다.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북한과의 대결에서 전반 1명이 퇴장당하면서 1-4로 대패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8강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1998 방콕 대회 이후 25년 만이다. 한국은 북한과 아시안게임 맞전적에서 6연패를 기록했다.
남북한 여자축구의 수준 차이가 드러났다. 새로운 선수 충원 없이 1980~90년대 선수를 주축으로 지난 10여년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온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한국은 이날 수비수로 보직을 바꿔 출전한 박은선을 비롯해 골키퍼 김정미 등이 80년대생이다. 수비수 김혜리, 미드필더 지소연 등 핵심 선수들도 90년대 초반 출생했다. 2000년대 선수는 전체 22명 가운데 5명뿐이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리유일 감독이 30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한국과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이에 비해 북한은 ‘젊은 피’로 팀을 꾸렸다. 이날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인 북한의 공격형 미드필더 리학은 21살이고, 전체 선수 22명 가운데 15명이 2000년대생이다. 90년대 후반 출생한 선수들은 모두 7명인데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97년 태어났다.
한 명이 퇴장당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기력과 조직력에서도 차이가 났다.
한국은 전반 10분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의 볼 처리 실수로 1-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전반 19분 북한의 핵심 미드필더 리학이 프리킥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는 팽팽한 긴장 상태로 들어갔고, 전반 40분께 공격수 손화연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북한 여자축구의 핵심 미드필더 리학이 30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한국과 경기 전반 절묘한 프리킥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벨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을 노렸지만, 북한은 후반들어 파상 공세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리학이 위험지역 안에서 빠르고 예리한 패스를 연결했고, 스피드를 앞세운 좌우 측면 공격수들은 돌파 뒤 강력한 슈팅을 잇달아 만들어냈다.
결국 북한의 집중적인 화력에 휘청하면서 한국은 후반 36분 안명성에 두번째 골을 허용했고, 이후 리학(후반 45분), 김경영(후반 50분)에 추가골을 내줘 무너졌다.
한국은 리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북한의 짜임새 있는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벨 감독은 후반 이은영, 문미라, 문은주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어 왔음에도 임기응변식 전술의 효과나 팀 색깔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벨 감독은 올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에는 ‘남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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