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27일 중국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숙적 중국을 꺾었다.
이광현(화성시청), 임철우(성북구청), 하태규(대전도시공사), 허준(광주시청)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27일 중국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45-3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다.
앞서 개인전에서 ‘노메달’을 기록했던 플뢰레 대표팀은 절치부심 단체전에 출전했다. 임철우는 “개인전 메달이 안 나온 점이 좀 힘들었는데, 형들과 한 번 한마음으로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라며 “결승에 올라갔을 때 개인전 때문에 힘든 마음이 많이 씻겨져 내려갔다”고 했다. 그는 “우승하고 나니 완전히 씻겨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큰 키와 안방 관중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 대표팀 공격이 매서웠다. 실제 한국은 5라운드까지 20-25로 밀렸다.
그때 나타난 게 대표팀 대들보 허준이었다. 허준은 6라운드에 출격해 중국 우빈을 상대로 무려 7-2를 기록했다. 27-27. 균형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허준은 “에이스 위치에 있다 보니 역전을 하려고 들어가야 하는 위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다”라며 “제가 동점만 만들고 나오면 기세가 넘어오기 때문에 충분히 동생들이 40점을 먼저 찍어줄 거라고 믿고 들어갔다”고 했다.
하태규는 “저희는 항상 지고 있을 때 역전을 바라보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쫓아가서 동점을 만들고, 그다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걸어가는 그런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한 번에 원사이드하게 경기가 넘어가거나 그러지 않고 조금씩 견디고 버텨서 마지막에 이겨내는 그런 게 저희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한국 남자 플뢰레 대표팀 허준이 27일 중국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특히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제대회를 마무리하는 허준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허준은 이날 6라운드에서 동점을 만든데 이어 마지막 9라운드를 5-2로 가져오며 45점을 기록해 경기를 끝냈다. 다리에 생긴 근육 경련도 이겨낸 투혼이었다. 은퇴를 두고 “기쁘기도 하지만 슬픈 것도 있고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섭섭한 마음이 크다”라던 허준은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지켜봐 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효도하고 와이프랑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라고 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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