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최사라. 최사라는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최연소 선수로 메달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유전적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아주 작다. 비장애인이 바늘구멍을 통해 사물을 들여다보는 정도의 시력만 있다. 홍채에도 문제가 있어 밝은 곳에서는 물체의 초점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하얀 눈밭에만 오르면 그의 세상은 누구보다 커진다. 그리고, 스무살 최사라(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는 지금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패럴림픽 메달이 그것이다.
최사라는 대한민국 최연소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는데 당시 시범 선수로 설원을 달린 경험이 있다. 베이징 대회 개막 전부터 최사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이유는 그동안 그가 낸 성적 때문이었다. 그는 2019년 유럽 전지훈련을 겸해 출전한 2019 바흐 세계장애인알파인스키대회에서 회전, 대회전 1위에 올랐고 2022 슈타이나크 암브레너 유로파컵 때는 대회전 2위, 슈퍼대회전 3위의 성적을 냈다. 2022 릴레함메르 세계선수권에서도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베이징겨울패럴림픽 대표팀 목표치(동메달 2개)에 그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던 이유다.
최사라는 원래 수영선수였다.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으로 쌍둥이 동생(최길라)과 다섯살 때부터 수영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12월 대한장애인스키협회가 선수 발굴을 위해 주최한 장애인 스키학교에 우연찮게 참가하면서 알파인 스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재능을 보이면서 꿈나무 선수가 됐고 2018~2019시즌에는 당당히 태극마크를 움켜쥐었다.
버팀목이 되어주던 동생은 중도에 운동을 관뒀지만 최사라는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당당히 국내 1인자로 우뚝 섰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최사라에 대해 “긍정적 성격으로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가 있다”고 평가한다.
최사라(왼쪽)가 지난 2월 열린 장애인겨울체전에서 김유성 가이드러너와 함께 경기하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시각장애 스키는 가이드(안내자)가 앞서 달리며 무선 헤드셋으로 매 순간 코스 상황을 알려주면 선수는 그 신호에 의존해 슬로프를 내려오게 된다. 둘 사이가 일정 간격 이상 벌어지면 실격 처리 되기 때문에 팀워크가 아주 중요하다. 최사라는 베이징 대회에서 김유성 가이드러너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비장애인 알파인스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김유성 가이드러너는 내심 최사라의 메달을 기대하면서도 “(최사라가) 경기를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사라는 베이징 대회 전 언론과 한 공식 인터뷰에서 “평창겨울패럴림픽을 보면서 다음 패럴림픽을 어떻게 뛸지 생각했다”면서 “코로나때문에 실내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았고 제한적인 부분이 많아 훈련이 힘들기도 했지만 감독님, 코치님이 열심히 해주시고 부모님도 늘 응원해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모든 순간이 꿈을 이루어가는 한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패럴림픽 첫 출전이지만 후회 없이 마지막인 것처럼 경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장애에 눈 감지 않고 있는 힘껏 용기를 내서 평지보다 더 미끄럽고 험한 비탈길을 택한 최사라의 베이징겨울패럴림픽 눈밭 질주는 11일(대회전), 12일(회전) 펼쳐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