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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겨울패럴림픽] 골문 날아드는 ‘공포’ 투지로 튕겨냅니다

등록 2022-02-25 04:59수정 2022-02-25 08:45

[다시 뛴다, 2022] 파라아이스하키 골리 이재웅과 유만균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왼쪽)과 이재웅이 지난 1월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골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왼쪽)과 이재웅이 지난 1월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골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연습할 때 퍽이 날아오면 지금도 무섭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머리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몸을 날리고 상대에게 달려든다. 경험 많은 선배는 “다친다”고 만류한다. 그래도 항상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빙판 위 최후의 보루는 골리이고, 최종 수비수인 자신이 뚫리면 팀은 패배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이재웅(26·강원도청)은 안다.

이재웅은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하는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수문장이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는 2018 평창 대회 때 사상 첫 메달을 따냈고 그때 이재웅도 함께했었다. 이재웅은 퍽에 대한 대응 능력이 좋고 슈팅 후 나오는 리바운드에 대한 집중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팔이 길어서 골리 포지션에 유리한 점도 있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이재웅.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이재웅.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선천성 뇌병변 장애를 안고 태어나 다리가 불편한 그는 재활을 위해 육상을 했다가 파라아이스하키를 접했다. 육상 입문 1년 만에 전국장애인체전(2017년) 2관왕(창던지기, 원반던지기)에 오를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다.

이재웅은 지난달 강릉하키센터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파라아이스하키는 얼음 위에서 여느 구기종목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고 다함께 하는 운동이어서 육상보다 좋다”면서 “역동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평창 때는 같은 대표팀 동료였다가 지금은 지도자가 된 한민수 대표팀 감독은 “(이)재웅이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관리를 잘해서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재웅의 곁에는 대표팀 경력 18년의 베테랑 골리 유만균(48·강원도청)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포수로 활약했지만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접었다. 휠체어농구를 하다가 30살에 파라아이스하키로 종목을 바꿨다. 아마추어 포수 경력이 골리 포지션에 도움이 됐다.

유만균은 “포수일 때는 (마운드까지) 18.44m라는 거리가 있었는데 파라아이스하키 골리는 거리도 없고 어디에서 퍽이 날아올지 모른다. 퍽에 맞으면 ‘이걸 내가 왜 했지’ 하다가도 퍽을 막아낸 순간에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유만균은 이재웅이 함께 골문을 지켜줘서 든든하다. “10년 넘게 혼자 골리를 할 때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같이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 좋다”고 했다.

그래도 이재웅에게 자신처럼 운동하라고는 못하겠다고 한다. “지는 게 정말 싫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하다가 목, 어깨, 허리 등 지금껏 5차례 부상을 당했는데 재웅이에게는 될 수 있으면 슬라이딩은 하지 말라고 한다. 슬라이딩할 바에 더 빨리 움직이고 공격수는 따라가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이재웅은 “진짜 자꾸 슬라이딩하니까 아프기는 하다. 어깨 파열로 처음으로 한 달 동안 운동을 쉬었는데 앞으로 다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내 파라아이스하키 실업팀은 강원도청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선수 유입도 잘 안 되고 세대교체 또한 더디다. 이재웅이 7년째 대표팀 막내인 것만 봐도 선수 수급이 정체된 것을 알 수 있다. 실전연습 상대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유만균은 “실업팀이 한 두 개 더 생기면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경쟁 속에서 대표팀 실력도 엄청 빨리 올라갈 것 같다. 다른 장애인 종목 팀들은 많이 생기는데 아쉽다”고 했다. 최근 한체대를 중심으로 대학생 연합 비장애인 파라아이스하키팀이 생긴 것은 고무적이다. 연습 상대 팀이 생겼기 때문이다.

파라아이스하키팀은 어렵사리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5월 훈련을 시작해 40일 만에 세계선수권에 나갔고 기어이 출전권을 확보했다. 2년 만에 실전 경기에 나섰는데도 평창 대회 동메달 멤버가 거의 그대로라서 팀 플레이가 빛났다.

작년 11월에는 캐나다로 3주 전지훈련을 가서 실전 경험을 쌓고 왔다. 3일간 캐나다 클럽팀들이 참가하는 컵대회에 나가 6경기를 뛴 끝에 준우승도 차지했다. 한민수 감독은 “패럴림픽에 대비해 주전, 후보 골고루 기용했는데도 얻은 값진 결과”라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 팀은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린다. 얕은 선수층에 세대교체가 안돼 선수단이 고령화돼 쉽지 않은 목표이기는 하다. 이재웅과 같은 ‘젊은피’의 활약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파라아이스하키는 내 청춘”이라고 말하는 이재웅은 “베이징에서 한 골이라도 더 막아서 꼭 메달을 가져오겠다”고 말한다. “파라아이스하키는 내 전부”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유만균은 “베이징에서 꼭 캐나다와 미국을 꺾은 다음에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은 여태껏 캐나다, 미국 대표팀을 이겨본 적이 없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왼쪽)과 이재웅.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왼쪽)과 이재웅.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민수 감독은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나이도 20~50대가 섞여 있고 장애 정도도 다 다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함께 한 팀워크를 무시 못 한다”면서 “평창 때와 비교하면 80~85%의 전력이지만 그때 이루지 못한 결승 진출은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는 썰매를 끄는 동시에 스틱으로 퍽까지 다뤄야 해서 장애인 종목 중 가장 하기 어려운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힌다. 중도에 그만 두는 선수가 많은 이유다. 열악한 환경에서 4년 전 이들이 얼음판 위에 써내려갔던 서사는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열정을 보여줬다. 이제는 베이징이다.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쓰더라도 이는 ‘해피엔딩’으로 읽힐 것이다. 빙판 위 이들은 이미 스포츠 영웅이기 때문이다.

한편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대표팀 본진(총 69명)은 25일 오전 전세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한다. 이번 대회는 4일 개막해 13일까지 열흘 간 치러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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