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들어 더 빛나는 노장 3인방
상대 블로커 3명이 떠도, 6개의 손 사이를 헤짚고 공을 코트에 내리 꽂는 관록. 상대 손을 맞혀 바깥으로 공을 쳐내거나, 코트 안쪽 모서리 가까이 공을 떨구는 영리함. 그 것뿐 아니다. 팀이 필요할 때 필살공격을 성공시키는 해결사의 기질까지….
프로배구 노장 3인방의 불꽃투혼이 겨울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인공은 현대캐피탈의 후인정(32), 엘지화재의 김성채(34), 삼성화재의 신진식(31). 이들은 이번 시즌 초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 듯 했지만, 중반기를 넘어선 5라운드부터는 오히려 팀내 득점비중이 높아지는 맹활약을 펼치며 배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후인정은 지난달 31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숀 루니와 같은 14득점을 올리며 송인석(15득점)과 함께 팀 승리의 끌차 구실을 톡톡히 했다. 특히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던 3세트 10-6으로 앞선 상황에서는, 상대 블로커를 피해 코트 끝을 예리하게 찌르는 감각적인 스파이크를 성공시킨데 이어, 곧바로 강동진의 공을 가로막으며 팀이 한 세트를 따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후인정은 “3라운드 뒤 떨어지던 체력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며 “올해는 챔피언에 오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대한항공과 숨가쁜 3위 다툼을 벌여야 하는 엘지화재의 김성채도 나이를 잊은 투혼을 펼치고 있다. 31일 상무와의 경기에서는 가로막기 4개에 후위공격 7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같은 왼쪽공격수이자 주포인 이경수가 체력저하로 초반에 비해 처진 상황에서, 그의 맹활약이 적절하게 터져 나와 엘지화재로서는 더욱 소중하다. 김성채는 “보름여 경기를 쉰데다 아내가 해준 보약까지 꼬박꼬박 챙겨먹었더니 시즌 초보다 몸이 더 좋은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주민등록상으로는 1975년생이지만 실제로는 두살이 더 많아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네살이 된 신진식도 최근 예전과 같은 가벼운 점프에 가죽 공을 찢을 것만 같은 폭발적인 스윙으로 “회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30일 현대캐피탈과의 맞수대결에서는 팀내 최다인 25점을 올리며 기염을 토했다. 전성기 때처럼 공중동작 때 발사하기 전의 활처럼 팽팽하게 휘는 그의 몸을 보면, 당분간은 상대 블로커들이 더 긴장해야 할 듯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